{ "dataList": [ { "id": 1146, "codeName": "GU-08-03", "name": "혼각온량흑수", "clue": "단서", "storyList": [ { "level": 1, "story": "할머니는 참 유능하신 분이었어요.\n\n그저 바라보기만 했던 저와 달리… 계획하고, 판단하여, 실현해 내는 것에 주저함이 없으셨죠.\n\n홍원 어딘가 지하실에 갇힌 죄수들이 불로불사를 위해 희생될 때도.\n\n왜곡된 원한으로 공씨 가문을 참혹하게 멸문시켰을 때도.\n\n그 모든 순간에 망설이지 않았기에, 곧 후회도 없으셨을 거예요.\n\n할머니께선 그 모든 걸 홍원과 대관원을 위한 길이라 여기셨을 테니까요.\n\n연민은 나약함이고, 감정은 방해.\n\n제가 겪었던 모든 고통을, 필요이자 사명이라 부르신 것도 그런 이유였을 거예요.\n\n그렇기에 그 모습이야말로… 할머니가 생각하신 ‘홍원에 가장 필요한 것’일 테죠.\n\n뛰어난 환과 강력한 흑수를 기반으로 도래할 치세.\n\n시조의 기억을 계승하고, 어르신분들의 뜻을 받들어 따르는 삶.\n\n홍원은… 실제로 강한 날개였어요. 밖에서 본 홍원은 위대하고, 경이로웠죠.\n\n하지만 저는 그 안의 풍경을 한없이 지켜보았기에 알고 있답니다.\n\n너무나 차갑고, 숨 막히도록 메마른… 무언가 추락하는 소리로 얼룩진 참담한 홍원을요.\n\n물론, 이 도시에서 따뜻한 곳을 찾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 모르지 않아요.\n\n하지만 그럼에도… 저는 그 부질없는 것을 위해 떠나려 한답니다.\n\n보고 계신가요, 할머니? 당신께서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홍원은… 걱정과 달리 무너지지 않을 거예요.\n\n그저… 달라질 뿐이겠죠.\n\n부조리하고 참담했던 할머니의 선택들을, 시춘이가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을 테니.\n\n이제는 잘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으시겠지만…\n\n그래도 마지막의 마지막으로 감정을 담아 인사 올리려 해요.\n\n안녕히 계세요, 할머니.\n\n안녕히 계세요, 어르신.\n\n모두 무간지옥 속에서 평안하시길."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