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aList":[{"id":0,"content":"세상에는 아름다운 것이 정말 많습니다."},{"id":1,"content":"내리쬐는 달빛, 흐드러지게 피어난 홍매화."},{"id":2,"content":"그 아름다운 것 중에서도 파우스트는 이 두 가지의 것이 가장 아름답다고 꼽고 싶습니다."},{"id":3,"content":"…감히 말하건대, 파우스트가 읽지 못한 책은 드물고 파우스트가 알지 못할 지식은 없습니다."},{"id":4,"content":"그럼에도 제게는 둘 보다 아름다운 것은 분명하게 없겠지요."},{"id":5,"content":"아무튼."},{"id":6,"content":"제가 이렇게 생각한 것을, 붓을 통해 기록하며 새로운 걸 만들어 낼 수 있으니… 지금은 괜찮습니다."},{"id":7,"content":"…곧 우리는 이 터전을 벗어나야만 합니다."},{"id":8,"content":"이미 S사는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몰락해 버렸습니다."},{"id":9,"content":"위에서부터, 마치 강물을 오염시키듯이 내려오는 타락의 물결은 걷잡을 수가 없고."},{"id":10,"content":"고작 무를 쫓던 우리는 그것을 막을 조그마한 둑의 역할을 할 수도, 할 리도 없었습니다."},{"id":11,"content":"다만 아직도 그 오염을 어떻게든 걷어내고자 노력하는 청렴한 사람도 있었으니…"},{"id":12,"content":"우리는, 적어도 우두머리는 그들을 돕는 것을 최선으로 여겼습니다."},{"id":13,"content":"그것은 우두머리 개인의 정의감이었을 수도 있고, 어쩌면 우리가 보금자리를 빼앗기지 않을 마지막 방벽을 지원하려는 것이었을 수도 있겠죠."},{"id":14,"content":"워낙 과묵한 인물이라, 직접 들어보지는 않았으나."},{"id":15,"content":"하지만 의도가 어찌 되었든, 우리는 허물어져 물이 새기 시작한 그 둑을 결국 막아낼 수는 없었습니다."},{"id":16,"content":"오염된 물결은 그 둑을 지키고 있던 우리에게도 범람할 수 밖에 없었고… 그 결과, 결국 터전을 버릴 수밖에 없게 된 것이지요."},{"id":17,"content":"둥지를 떠나가는 결정도 쉽지는 않았죠."},{"id":18,"content":"우두머리가 이끄는 지금의 검계는 과거 각자의 위치에서 작게나마 관직을 가지고 있던 깃털들이었으니까요."},{"id":19,"content":"우두머리를 쫓기 위해, S사는 추노꾼을 보내왔고…"},{"id":20,"content":"그 과정에서도 여러 동료가 흩어지고 목숨을 잃었으니, 비록 소규모일지언정 지금이라도 다시 만나 뜻을 맞출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일 테지요."},{"id":21,"content":"…언젠가 다시 한번 달빛 속에서 편지를 적어보고 싶습니다."},{"id":22,"content":"음, 저는 사선을 앞두고서야 과거의 일들을 곱씹게 되네요."},{"id":23,"content":"그러니 지금 제 검은 곁에 있는 친우들을 지키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기 위해 휘두릅니다."},{"id":24,"content":"공중에서 피어나는 홍매화는 지금 그 아름다움을 다하여 결국 지더라도, 저는 이 찰나의 소중함을 지키기 위해 피워내고 피워내겠습니다."},{"id":25,"content":"…둥지를 떠나온 지 얼마나 지났을까요."},{"id":26,"content":"달빛 아래는 아니지만 잠시나마 붓을 들 기회가 있게 되었군요."},{"id":27,"content":"친우의 정찰 정보를 따라 새로이 정착할 보금자리를 열심히 찾은 결과, 가장 유력한 것은 T사의 뒷골목으로 가는 것이었는데…"},{"id":28,"content":"하필이면 그곳을 먼저 주름잡고 있던 조직이 있었습니다."},{"id":29,"content":"다툼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죠."},{"id":30,"content":"음."},{"id":31,"content":"달빛이 가리워지려나 봅니다."},{"id":32,"content":"저들의 이름이 흑운… 검은 구름이라 했던가요."},{"id":33,"content":"과연 구름은 잠시간 달을 가릴 수는 있겠지요."},{"id":34,"content":"하지만…"},{"id":35,"content":"바람이 불고, 시간이 지나면 구름은 또 흩어질 뿐입니다."},{"id":36,"content":"또한 달의 크기에 비해 구름은 그저 조그마한 먼지 조각과 같을 뿐."},{"id":37,"content":"구름은… 이렇게 아름답게 흩날리는 매화의 꽃잎과 같이 흩어질 것입니다."},{"id":38,"content":"제 손끝에서 벌어질 수도 있고, 우두머리… 혹은 다른 살수의 손에서 그렇게 될 수도 있죠."},{"id":39,"content":"누구든 간에 결과는 같을 것입니다."},{"id":40,"content":"구름이 흩어지는 것도, 적의 품에서 매화가 피어나는 것도."},{"id":41,"content":"모두 자연스러운 일일 뿐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