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taList": [ { "id": 0, "content": "파우스트 중 한 명이 생각했습니다." }, { "id": 1, "content": "예술가 하나가 만들 수 있는 진정으로 궁극적인 작품은 무엇일까." }, { "id": 2, "content": "이 파우스트의 이야기는, 그 질문 하나로 시작된답니다." }, { "id": 3, "model": "파우스트", "title": "약지 제자", "content": "늑골 근처의 근육은 어떤가요, 파시아." }, { "id": 4, "content": "밋밋한 철판 속에 갇힌 살점들이 드문드문 떨리고 있었습니다." }, { "id": 5, "content": "심장은 기묘한 박자로 맥동하고, 무규칙하게 주변으로 뻗어져 나간 혈관들은 제멋대로 꿀럭거리고 있었죠." }, { "id": 6, "content": "그것은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대답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 바를까요." }, { "id": 7, "content": "그 구조물엔 어떠한 진동 기관도 설치되어있지 않으니까 말입니다." }, { "id": 8, "content": "하지만 그러한 움직임들이 파우스트에게는 어떠한 언어라도 되는지, 그녀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윽한 눈길로 그 근육 덩어리들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 { "id": 9, "model": "파우스트", "title": "약지 제자", "content": "그런가요. 하지만 저도 이젠 남은 살점이 많지 않아서요. 아쉽지만 참아주셔야겠네요." }, { "id": 10, "model": "파우스트", "title": "약지 제자", "content": "회백질은… 아직 더 고민해야 해요. 파우스트를 유지하기에 지장이 없는 부분만 잘랐을 뿐이라." }, { "id": 11, "model": "파우스트", "title": "약지 제자", "content": "…아직 확신은 없으니까요." }, { "id": 12, "content": "파우스트는 따스한 말투로 대답하며 바쁘게 손을 놀리고 있었습니다." }, { "id": 13, "content": "한쪽 손에는 날카로운 메스가, 또 한쪽 손에는 포셉을 들고 자신의 열려있는 복부에 밀어 넣고 있는 모습은, 마치 스스로 치료라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 { "id": 14, "content": "포셉으로 가볍게 살점을 누르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내며 열기를 띤 표정이 어린 파우스트의 모습은, 마치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에서 식사라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 { "id": 15, "model": "파우스트", "title": "약지 제자", "content": "대신 이번에는 세로결을 따라 잘라주도록 할게요. 흡수하기는 이게 더 편리할 테니까." }, { "id": 16, "model": "파우스트", "title": "약지 제자", "content": "이걸로 목 위를 제외한 파우스트의 신체에 있는 구성 요소는, 파시아. 당신에게 모두 옮겼네요." }, { "id": 17, "content": "파우스트의 말대로, 저 몸에 남은 사람의 조직이라곤 기능 일부가 손실된 뇌밖에 남지 않았네요." }, { "id": 18, "content": "어쩌면 이젠 나라는 존재가 사실 파시아라고 불리우는 대검이라고 봐야 하는 게 맞을지도 몰라." }, { "id": 19, "content": "…파우스트는 언젠가 전시된 파시아를 볼 관객들이 바로 그런 생각이 들길 바라고 있는 것 같네요." }, { "id": 20, "model": "파우스트", "title": "약지 제자", "content": "음… 역시 즉발적인 형태의 대화를 꾸려내는 능력은 다소 감소했군요. 미안해요, 파시아." }, { "id": 21, "model": "파우스트", "title": "약지 제자", "content": "좀 더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이 신체 흡수 시간을 운영해야만 할 텐데." }, { "id": 22, "model": "파우스트", "title": "약지 제자", "content": "대신, 오늘도 다른 제자들과 함께 토론회를 꾸리기로 했으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 { "id": 23, "model": "파우스트", "title": "약지 제자", "content": "이런 분야에 관심이 없는 자들을 어렵게 설득하느라 고생했으니…" }, { "id": 24, "model": "돈키호테", "title": "검지 제자", "content": "아…! 파, 파우스트 군." }, { "id": 25, "model": "파우스트", "title": "약지 제자", "content": "이상하네요. 파우스트는 이번에 돈키호테 씨를 초청하진 않았는데." }, { "id": 26, "model": "돈키호테", "title": "검지 제자", "content": "그, 그게… 다른 제, 제자랑 얘기하는 걸 들어서… 조, 좋은 이야기를 많이 알거든… 헤. 헤헤." }, { "id": 27, "model": "돈키호테", "title": "검지 제자", "content": "본인 이야기를 들어주는 자가 많은 것도 아니고… 해, 해결사에 관한 이야기는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 그쪽 지식은 쌓아도, 쌓아도… 모자라니까." }, { "id": 28, "model": "파우스트", "title": "약지 제자", "content": "…다른 제자들은 오고 있는 중일까요?" }, { "id": 29, "model": "돈키호테", "title": "검지 제자", "content": "음? 아… 모, 모르겠는데…" }, { "id": 30, "model": "돈키호테", "title": "검지 제자", "content": "이스마엘 군과 싱클레어 군은 서로 투닥거리느라 바쁜 것 같고… 다, 다른 사람들은… 보, 본인이랑 원래 교류가 적어…" }, { "id": 31, "model": "파우스트", "title": "약지 제자", "content": "알겠… 습니다." }, { "id": 32, "content": "그 파우스트는 미안하다는 듯이, 옆에서 펄떡거리고 있는 파시아를 내려다보았습니다." }, { "id": 33, "content": "사실 저 돈키호테라는 제자는 이미 몇 개월 전부터 계속해서 찾아와, 파시아와 파우스트에게 온갖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죠." }, { "id": 34, "content": "처음에는 해결사라는 한 가지 주제로도 수천 가지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과, 새로운 정보들을 몇 가지씩 입수할 수 있어서 파우스트도 만족했습니다만." }, { "id": 35, "content": "…가면 갈수록 정보가 겹쳐가는 탓에 파우스트도 결국 학을 떼었거든요." }, { "id": 36, "model": "파우스트", "title": "약지 제자", "content": "마에스트로 님의 수업까지 한 시간 정도 남았으니, 그때까지만… 부탁드리죠." }, { "id": 37, "model": "돈키호테", "title": "검지 제자", "content": "야… 호! 알았네…!" }, { "id": 38, "content": "어쩔 수 있겠어요. 잠자코 듣는 수밖에." }, { "id": 40, "content": "…그리고, 마침내." }, { "id": 41, "content": "실기 수업의 시간이 온 거죠." }, { "id": 42, "model": "파우스트", "title": "약지 제자", "content": "겉옷을 벗겨드렸으니, 최대한 많이 받아들여 주세요, 파시아." }, { "id": 43, "model": "파우스트", "title": "약지 제자", "content": "파우스트라는 개체가 지식을 끊임없이 탐하고 받아들였던 것처럼… 당신도 그렇게 해주면 된답니다." }, { "id": 44, "content": "즐비한 소체 사이들을 누비면서 베고, 뜯어내고, 흡수하는 시간." }, { "id": 45, "content": "파시아의 심장이 뜨겁게 쿵쾅거리는 만큼, 파우스트도 더욱 경쾌한 움직임으로 발맞춰 주고 있네요." }, { "id": 46, "model": "파우스트", "title": "약지 제자", "content": "그새 또 이만큼 성장했군요. 그렇다면, 이번엔 재시연으로…!" }, { "id": 47, "model": "파우스트", "title": "약지 제자", "content": "맞아요, 파우스트라도 그렇게 했을 겁니다. 잘하고 있어요, 파시아." }, { "id": 48, "content": "소체 하나를 썰고 붙이는 동안에도, 파우스트는 파시아에게 말을 거는 일을 멈추지 않고 있죠." }, { "id": 49, "content": "이제는 정말, 그 근육의 떨림이 어떠한 언어로 동작하고 있는 것만 같다는 착각이 들어요." }, { "id": 50, "content": "마치 인간 같다는… 생각도 들죠." }, { "id": 51, "content": "하지만, 아직은 아니랍니다." }, { "id": 52, "model": "파우스트", "title": "약지 제자", "content": "도시에는 말이죠, 파시아." }, { "id": 53, "model": "파우스트", "title": "약지 제자", "content": "뇌만 존재하고 있다면 그 외의 것을 얼마든지 바꾸어도 그것을 ‘인간’이라고 바라봐주는 시선이 있답니다." }, { "id": 54, "model": "파우스트", "title": "약지 제자", "content": "당신은 파우스트의 피와 살을 전부 가지고 있지만, 뇌가 없으니… 파우스트라는 인간의 구성요소 9할을 갖고 있으면서도 인간이라 불리지 않는다는 것이죠." }, { "id": 55, "model": "파우스트", "title": "약지 제자", "content": "뇌만 남은 파우스트… 뇌만 없는 파시아." }, { "id": 56, "model": "파우스트", "title": "약지 제자", "content": "사실 이 정도 주제만으로도 과제로는 물론, 작품 자체로도 뛰어난 평가를 받을 게 분명하다고, 파우스트는 생각하고 있답니다." }, { "id": 57, "model": "파우스트", "title": "약지 제자", "content": "하지만… 파우스트는 여전히 궁금하네요." }, { "id": 58, "model": "파우스트", "title": "약지 제자", "content": "파우스트를 구성하는 모든 것을 가졌지만 배치와 형상이 다른 것을 보고 나서도, 그걸 파우스트라고 불러줄지." }, { "id": 59, "model": "파우스트", "title": "약지 제자", "content": "지금의 당신은 파시아라고 불리고 있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당신이 전시되는 날이 온다면, 그 밑에는 ‘파우스트?’라는 작품명이 붙어있을 것이랍니다." }, { "id": 60, "content": "언젠가의 파우스트가 벌일 그 작품의 마지막 터치." }, { "id": 61, "content": "뇌까지 모두 파시아라고 불리우는 것에게 옮겨지는 순간, 그것은 파시아일까. 아니면 파우스트일까." }, { "id": 62, "content": "도시는 그걸 인간으로 취급할까?" }, { "id": 63, "content": "아니면…" }, { "id": 64, "content": "간단히 나오지 않는 대답에, 오히려 파우스트의 미소는 더욱 깊어져 가요." }, { "id": 65, "content": "자신이 추구하던 미학이라는 게 바로 이런 것이었다는 확신도 함께 깊어져 가죠." }, { "id": 66, "content": "스스로를 완전히 소모하여 스스로가 되는 작품." }, { "id": 67, "content": "예술가 하나가 만들어낼 수 있는, 유일하고 오롯한 작품." }, { "id": 68, "content": "오늘도 파우스트는 그 날을 기대하면서… 미래의 자신, 또는 작품 앞에 서 있을 누군가의 입 모양을 따라 하고 있답니다." }, { "id": 69, "model": "파우스트", "title": "약지 제자", "content": "파우… 스트?" }, { "id": 70, "content": "라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