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taList": [ { "id": 0, "content": "싸늘하게 굳어가는 시체들. 그 사이를 헤치며 도망치는 이들이 보였다." }, { "id": 1, "content": "있는 힘껏 뛴다 한들, 뱀에게 벗어날 수 없다는 걸 모르지 않을 텐데." }, { "id": 2, "teller": "두려워하는 주민", "title": "가씨 가문", "content": "끄아아악!" }, { "id": 3, "model": "로쟈", "title": "흑수 - 사", "content": "……." }, { "id": 4, "content": "뒷골목의 밤에 비할 바는 아닐 테지만, 홍원의 밤 또한 수많은 은원이 부딪힌다." }, { "id": 5, "content": "그래서일까." }, { "id": 6, "content": "잘난 듯 거리를 배회하며 상인들을 괴롭히던 이들이 벌벌 떨며 탁자 밑으로 기어들어 가고," }, { "id": 7, "content": "그렇게나 사람을 무시하던 이들이 누구의 사주냐 물으며 가증스러운 눈물을 흘린다." }, { "id": 8, "content": "팔을 휘두를 때마다 그 교만한 자들의 목이 끊어지고," }, { "id": 9, "content": "떨어진 머리통은 나무 바닥 위에서 톡, 톡 미끄러지듯 굴러간다." }, { "id": 10, "content": "그러다 문득. 벽에 부딪혀 멈춘 머리 하나와 시선이 마주쳤다." }, { "id": 11, "content": "억울함, 두려움, 우울함." }, { "id": 12, "content": "감기지 못한 탁한 눈동자에는, 익숙하기 그지없는 그런 감정들이 휘몰아쳤다." }, { "id": 13, "model": "로쟈", "title": "흑수 - 사", "content": "하. 뭐가 불행하다고 그런 표정을 짓는 거람." }, { "id": 14, "model": "로쟈", "title": "흑수 - 사", "content": "추위에 몸을 떨 필요도, 굶주림으로 뼈가 드러날 일도 없었으면서." }, { "id": 15, "teller": "반발하는 주민", "title": "가씨 가문", "content": "한낱 가축에 불과한 흑수가 무엇을 안다고 훈계질인가!" }, { "id": 16, "content": "뒤에서 들려온 외침에 돌아보지도 않고 팔을 뻗어 창을 휘둘렀다." }, { "id": 17, "content": "더 이상 들을 사람이 없는 걸 아는데도, 목 안이 텁텁하고 답답했다." }, { "id": 18, "content": "이들이 죽는 이유가 불 보듯 뻔했기에… 그럼에도 자신들이 어떤 과오를 저질렀는지 모르기에." }, { "id": 19, "content": "끼익거리는 바닥을 걸으며 널브러진 머리들에게 입을 열었다." }, { "id": 20, "model": "로쟈", "title": "흑수 - 사", "content": "차고 넘치는 부에 만족하지 못하고 욕심을 부렸을 거야." }, { "id": 21, "model": "로쟈", "title": "흑수 - 사", "content": "이유야 뻔하지. 알량한 권력을 향한 실낱같은 기대 때문 아냐?" }, { "id": 22, "content": "그 욕심에 다른 후보자, 주군의 눈 밖에 났을 거다." }, { "id": 23, "content": "쌓아나간 원한에 비참히 죽었으면서도 뭐가 그렇게 결벽하다고." }, { "id": 24, "model": "로쟈", "title": "흑수 - 사", "content": "…목을 벨 사람은 다 벤 것 같은데." }, { "id": 25, "content": "주군이 내린 명령은 단순했다." }, { "id": 26, "content": "송암이라 불리는 작은 암자로 가서, 명단에 그려진 모든 사람의 목을 벨 것." }, { "id": 27, "content": "명단에 없는 사람이 보이면 머리통을 터트리라는 의아한 예외 조항이 있었지만…" }, { "id": 28, "content": "이 작은 암자엔 그런 사람은 없는 듯 보였다." }, { "id": 29, "model": "로쟈", "title": "흑수 - 사", "content": "이제 슬슬 주군에게 돌아가야… 어?" }, { "id": 30, "content": "상자가 쌓여 있는 곳에서 들려온 아주 작은 소리." }, { "id": 31, "content": "반사적으로 팔을 뻗어 상자를 부수자, 그 사이에서 작은 그림자가 몸을 떨며 기어 나왔다." }, { "id": 32, "model": "로쟈", "title": "흑수 - 사", "content": "하하…" }, { "id": 33, "model": "로쟈", "title": "흑수 - 사", "content": "이래서 보냈구나, 주군.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아이를, 이들이 몰래 키우고 있다는 걸 알아서." }, { "id": 34, "teller": "아이", "title": "가씨 가문", "content": "사, 살려주세요. 흑수님!" }, { "id": 35, "teller": "아이", "title": "가씨 가문", "content": "엄마아빠가… 대관원의 영광을 천세 만세 누리려면…" }, { "id": 36, "teller": "아이", "title": "가씨 가문", "content": "제, 제가 가주가 되려 힘써야 한다 말씀하셨어요." }, { "id": 37, "model": "로쟈", "title": "흑수 - 사", "content":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꼬맹이가 뭘 안다고…" }, { "id": 38, "model": "로쟈", "title": "흑수 - 사", "content": "하아… 숨길 거면 좀 제대로 숨겨둘 것이지. 상자 아래가 뭐야." }, { "id": 39, "content": "울먹거리는 아이. 목격자 하나 없는 조용한 암자." }, { "id": 40, "content": "생각해 보면, 주군에게 확신은 없었을 것이다." }, { "id": 41, "content": "있었다면 그런 애매한 명령을 내리지 않고, 아이를 찾아 죽이라고 했을 테니까." }, { "id": 42, "content": "이번 일에 흑수를 쓴 건… 경고의 의미가 더 컸을 것이다." }, { "id": 43, "content": "소문이라도, 그런 말이 자신의 귀에 들려오지 않게 하라는 경고." }, { "id": 44, "model": "로쟈", "title": "흑수 - 사", "content": "……." }, { "id": 45, "teller": "아이", "title": "가씨 가문", "content": "으으…" }, { "id": 46, "model": "로쟈", "title": "흑수 - 사", "content": "그래, 그렇네." }, { "id": 47, "model": "로쟈", "title": "흑수 - 사", "content": "주군이 날 꺼내주려면… 앞으로 우리 뱀에게 중한 임무를 맡기지 못하잖아?" }, { "id": 48, "model": "로쟈", "title": "흑수 - 사", "content": "그래서 이런 사소한 일에 우리 뱀을 쓴 거지." }, { "id": 49, "model": "로쟈", "title": "흑수 - 사", "content": "후훗. 아무래도 이번 주군은 진짜 약속을 지키려나 봐." }, { "id": 50, "teller": "아이", "title": "가씨 가문", "content": "…네? 그게 무슨." }, { "id": 51, "model": "로쟈", "title": "흑수 - 사", "content": "알 것 없어. 모르는 편이 나을 거구." }, { "id": 52, "model": "로쟈", "title": "흑수 - 사", "content": "운 좋은 줄 알아, 꼬맹이." }, { "id": 53, "content": "내가 맡겠다고 나선 일이니, 다른 흑수가 올 일은 없다." }, { "id": 54, "content": "한 명, 같이 따라온 흑수도 농땡이를 부릴 셈인지 밤 내내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 { "id": 55, "teller": "아이", "title": "가씨 가문", "content": "어… 어!?" }, { "id": 56, "model": "로쟈", "title": "흑수 - 사", "content": "얌전히 있어. 괜히 움직이다가 머리 날아가면 안 되니까." }, { "id": 57, "content": "그러니… 목만 베어도 괜찮을 거야. 주군에게는 내가 알아서 잘 설명하면…" }, { "id": 58, "model": "그레고르", "title": "흑수 - 사", "content": "어이쿠. 벌써 다 끝나가고 있었구만." }, { "id": 59, "model": "로쟈", "title": "흑수 - 사", "content": "……" }, { "id": 60, "model": "그레고르", "title": "흑수 - 사", "content": "혹시 내가 낼름 숟가락만 얹은 건 아니지? 그랬다면 미안해." }, { "id": 61, "content": "창에 꿰뚫린 머리통이 무심히 떨어진다." }, { "id": 62, "content": "톡, 톡 바닥을 구르던 다른 머리들과 달리, 아이의 머리가 떨어지는 소리는 너무나 불쾌했다." }, { "id": 63, "content": "축축한 살점이 어그러지는 소리. 진득한 피가 눅진하게 들러붙는 소리." }, { "id": 64, "model": "그레고르", "title": "흑수 - 사", "content": "이야… 이번 주군이 감은 좋아. 응? 용케 이런 걸 알았네." }, { "id": 65, "model": "로쟈", "title": "흑수 - 사", "content": "어… 응. 그렇지." }, { "id": 66, "content": "이래서… 싫은 거다." }, { "id": 67, "content": "판단 하나 스스로 내리지 못하고, 그저 주군의 명령에 따를 뿐." }, { "id": 68, "content": "누구와도 은원을 맺지 않지만, 그렇기에 도구밖에 될 수 없는 처지." }, { "id": 69, "content": "…오래 해먹을 일은 아니지." }, { "id": 70, "content": "그나마 주군과의 약속이 이뤄질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이 위안거리였다." }, { "id": 71, "content": "이 지긋지긋한 흑수짓도… 며칠만 지나면…" }, { "id": 72, "model": "로쟈", "title": "흑수 - 사", "content": "…뭐하다 이제 온 거야?" }, { "id": 73, "model": "그레고르", "title": "흑수 - 사", "content": "주군이 갑자기 일 하나를 맡기는 바람에 좀 늦었지." }, { "id": 74, "model": "로쟈", "title": "흑수 - 사", "content": "일…?" }, { "id": 75, "model": "그레고르", "title": "흑수 - 사", "content": "내일 설씨 가문의 유력한 후보자 하나를 어떻게 해볼 심산이더라고." }, { "id": 76, "model": "그레고르", "title": "흑수 - 사", "content": "그만한 임무가 끝나면 우리 재갈은 풀어줘야겠지만… 그래도 이걸로 얻을 이익이 있다면 수지타산이 맞다고 생각했나 봐." }, { "id": 77, "model": "그레고르", "title": "흑수 - 사", "content": "거…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거지만, 저번에 널 데리고 나간다 어쩐다 하던 거… 믿은 건 아니지?" }, { "id": 78, "model": "로쟈", "title": "흑수 - 사", "content": "어? 에이~ 당연하지. 그걸 누가 믿는다고." }, { "id": 79, "content":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이상하리만치 평온했고, 목소리엔 오히려 생기가 돌았다." }, { "id": 80, "model": "그레고르", "title": "흑수 - 사", "content": "그래. 필두도 아닌 흑수를 데려갈 사람이 홍원천지에 어디 있겠어." }, { "id": 81, "model": "로쟈", "title": "흑수 - 사", "content": "가주 대전이 시작한 지금, 흑수에서 나가는 건 바보 같은 짓이잖아." }, { "id": 82, "model": "로쟈", "title": "흑수 - 사", "content": "이럴 땐 흑수로 사는 게 제일이라니까. 그 왜. 가주가 딱 뽑히고 나면 휴식기도 주잖아~" }, { "id": 83, "content": "마치 내가 하는 말이 아닌 것처럼, 우울한 말들이 나오지 않았다." }, { "id": 84, "content": "흑수에서 나가는 것을 그토록 원했다 인정해버리면… 내 처지가 얼마나 비참한지 마주하게 될 테니까." }, { "id": 85, "model": "그레고르", "title": "흑수 - 사", "content": "틀린 말은 아니지." }, { "id": 86, "model": "로쟈", "title": "흑수 - 사", "content": "게다가 나 같이 유능한 뱀이 갑자기 나가면 다들 곤란할 거라구." }, { "id": 87, "model": "그레고르", "title": "흑수 - 사", "content": "그건… 음. 영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사실은 아니지." }, { "id": 88, "model": "로쟈", "title": "흑수 - 사", "content": "이럴 땐 맞다고 해주는 거야. 여기서 질리도록 오래 구른 사람 아니랄까 봐, 재미없긴." }, { "id": 89, "model": "그레고르", "title": "흑수 - 사", "content": "그럼 들어가자고. 마침 주군에게 갈 일이 있으니, 보고는 내가 하지." }, { "id": 90, "content": "뱀이 떠난 뒤, 나는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짓뭉개진 머리 하나를 바라보다…" }, { "id": 91, "content": "이내 시선을 돌리고 암자를 빠져나갔다." }, { "id": 92, "content": "돌아간 방에선 눅눅하고 퀘퀘한 냄새가 났다." }, { "id": 93, "content": "환이 스며든 붕대, 온 몸에 묻은 피." }, { "id": 94, "content": "어질러진 방이 마치 꼭 내 마음과 닮아 있어서," }, { "id": 95, "content": "차오르는 우울함을 가리고자 무릎을 끌어안고 고개를 파묻었다." }, { "id": 96, "model": "로쟈", "title": "흑수 - 사", "content": "이젠 정말 모르겠네." }, { "id": 97, "model": "로쟈", "title": "흑수 - 사", "content": "하라는 일 다 해줬잖아. 재갈을 쥘 그 몇 달의 시간이 그렇게 아까웠던 거야?" }, { "id": 98, "content": "있는 힘껏, 주군에게 충의를 다한들, 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모르지 않았는데." }, { "id": 99, "model": "로쟈", "title": "흑수 - 사", "content": "날 선택할 수 있었잖아." }, { "id": 100, "model": "로쟈", "title": "흑수 - 사", "content": "어째서… 내가 아닌 건데…" }, { "id": 101, "content": "더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 { "id": 102, "content": "더 생각할수록, 끝없이 가라앉는 것 같아서." }, { "id": 103, "content": "너무나 추워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