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taList": [ { "id": 0, "content": "'해당 연구원의 시신은 회수 후 연구소 지정 시설로 이송되었음.'" }, { "id": 1, "content": "LCE의 사망 보고서는 정직하다. 일말의 감정도 담기지 않은 그 문서에는 늘 사실만이 기록된다." }, { "id": 2, "content": "그리고… 사실은 설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 { "id": 3, "content": "해석의 여지조차 남겨두지 않는 시신이라는 단어가 그러하다." }, { "id": 4, "content": "몇 번을 읽어도, 그 단어의 의미는 바뀌지 않는다." }, { "id": 5, "teller": "???", "title": "???", "content": "그레고르 씨. 잠깐 시간 괜찮습니까?" }, { "id": 6, "model": "그레고르", "title": "LCE 연구팀 수석", "content": "당신은… 음." }, { "id": 7, "model": "그레고르", "title": "LCE 연구팀 수석", "content": "누구지? 못 보던 얼굴인데." }, { "id": 8, "teller": "???", "title": "LCA 인재 관리2팀", "content": "아, 저는 인재 관리2팀 소속의…" }, { "id": 9, "model": "그레고르", "title": "LCE 연구팀 수석", "content": "대충 기억 났으니,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자고. 용건이 뭐지?" }, { "id": 10, "teller": "???", "title": "LCA 인재 관리2팀", "content": "그레고르 씨 밑에 있던 연구원들이 대부분 사망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 "id": 11, "content": "나는 사망 보고서를 책상 서랍에 넣었다." }, { "id": 12, "content": "그래. 이상은 죽었다. 나를 살리기 위해 미끼를 자처해 죽었다." }, { "id": 13, "content": "그의 판단은 합리적이었다." }, { "id": 14, "content": "이도 저도 아닌 감정에 휘둘렸던 내 판단보다 뛰어났고, 그렇기에 더 많은 사람이 살 수 있었다." }, { "id": 15, "teller": "???", "title": "LCA 인재 관리2팀", "content": "이상 씨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레고르 씨를 구하기 위해 에고 장비의 감응도를 지나치게 올렸다고…" }, { "id": 16, "content": "E.G.O 장비 초롱은 무언가를 유인하는 것에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 }, { "id": 17, "content": "그 장비의 감응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 건 이상이었고, 가장 빠르게 설비를 수리할 수 있는 건 나였다." }, { "id": 18, "model": "그레고르", "title": "LCE 연구팀 수석", "content": "그래. 덕분에 설비 수리를 제시간에 끝낼 수 있었지." }, { "id": 19, "content": "죽음에는 항상 가치가 매겨진다." }, { "id": 20, "content": "숭고한 죽음, 고귀한 죽음과 같은 값비싼 죽음이 있는 반면, 개죽음이라 불리는 헐값의 죽음도 있다." }, { "id": 21, "content": "그의 죽음에 붙은 이름은 헛되지 않은 죽음이었다." }, { "id": 22, "content": "이미 죽어버린 자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냐마는, 그렇게 매겨진 값어치는 남겨진 자들에게 이유를 준다." }, { "id": 23, "content": "슬퍼하지 않을 이유." }, { "content": "혹은 살아갈 이유를." }, { "id": 24, "teller": "???", "title": "LCA 인재 관리2팀", "content": "상심이 크겠지만… 아무래도 사람을 빨리 뽑아야 해서요." }, { "id": 25, "model": "그레고르", "title": "LCE 연구팀 수석", "content": "허. 뭐. 그렇겠지." }, { "id": 26, "teller": "???", "title": "LCA 인재 관리2팀", "content": "따로 추천할 만한 사람이 있으면 말씀 듣는 편이 좋을 것 같아 찾아왔습니다." }, { "id": 27, "model": "그레고르", "title": "LCE 연구팀 수석", "content": "없어. 있다면 진작 데려왔겠지." }, { "id": 28, "model": "그레고르", "title": "LCE 연구팀 수석", "content": "그런데 바로 뽑진 않는 건가?" }, { "id": 29, "teller": "???", "title": "LCA 인재 관리2팀", "content": "설비도 수리하고, 이것저것 정리해야 할 게 더 있어서요. 아. 이건 상부에서 전해달라고 한 서류입니다." }, { "id": 30, "teller": "???", "title": "LCA 인재 관리2팀", "content": "3개월 정도 휴가 다녀오시라네요. 유급으로." }, { "id": 31, "model": "그레고르", "title": "LCE 연구팀 수석", "content": "…생각을 정리하기엔 차고 넘치는 시간이군." }, { "id": 32, "content": "그래서 떠나려 했다." }, { "id": 33, "content": "서류를 받아 들고 몇 안 되는 짐을 가방에 차곡차곡 넣었다." }, { "id": 34, "content": "가고 싶던 곳은 없었다. 나는 사람 북적이는 걸 싫어했고, 도시는 어디에나 사람이 북적거렸으니." }, { "id": 35, "content": "자연히 떠오르는 것은 용케도 내 곁에 남아있던 이들의 주관적인 견해들이다." }, { "id": 36, "content": "U사의 대호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을 때, 누군가 S사의 해안가도 나름의 운치가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 { "id": 37, "content": "그러고 나서 기술을 좋아한다면, T사도 나쁘지 않다고 했던가." }, { "id": 38, "content": "그 칙칙한 곳에 볼거리가 있냐고 물었더니, 그곳의 발명품들을 보고 있으면 영감이 샘솟는다고 말했지." }, { "id": 39, "model": "그레고르", "title": "LCE 수석 연구원", "content": "이래서야 3개월이 아니라 3년이 지나도 생각 정리가 안 되겠군." }, { "id": 40, "content": "사람의 삶에는 언제나 타인이 존재한다." }, { "id": 41, "content": "그러니 결국 떠올리고 말 거다." }, { "id": 42, "content": "무엇을 보고 떠올리게 될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죽은 이들과 관련된 기억을 떠올리게 될 테지." }, { "id": 43, "content": "그래서 슬퍼하지 않을 이유 대신, 슬퍼하지 않을 방법을 찾기로 했다." }, { "id": 44, "teller": "팀장", "title": "LCA 인재 관리2팀", "content": "이런 건 자네답지 않아. 차라리…" }, { "id": 45, "model": "그레고르", "title": "LCE 연구팀 수석", "content": "나다운 게 뭐냐는 말이라도 듣고 싶은 건가?" }, { "id": 46, "model": "그레고르", "title": "LCE 연구팀 수석", "content": "후우… 그런 구시대적인 말은 걸음마를 뗄 때쯤부터 자제하기로 마음먹었지. 날 붙잡고 싶다면, 좀 더 괜찮은 어휘를 골라줬으면 좋겠군." }, { "id": 47, "teller": "팀장", "title": "LCA 인재 관리2팀", "content": "아니…" }, { "id": 48, "content": "안타깝게도 그자의 어휘력은 그다지 발전이 없었다." }, { "id": 49, "content": "작전에 참여시켜달라는 제안서와 딱히 품고 다닌 적이 없어 이번에 새로 쓴 사표를 책상 위에 얹었다." }, { "id": 50, "teller": "팀장", "title": "LCA 인재 관리2팀", "content": "자네 정말 왜 이러나! 여기 아니면 어디에서 자네를 받아준다고…" }, { "id": 51, "model": "그레고르", "title": "LCE 연구팀 수석", "content": "몰락한 날개의 깃털이 환영받지 못하는 거야, 잘 알고 있어." }, { "id": 52, "model": "그레고르", "title": "LCE 연구팀 수석", "content": "하지만 생각해 봐. 당신이 보기에도 나 정도면 꽤 괜찮은 인재 아닌가?" }, { "id": 53, "model": "그레고르", "title": "LCE 연구팀 수석", "content": "여길 나가도 먹고 사는 것에 문제는 없을 테지." }, { "id": 54, "model": "그레고르", "title": "LCE 연구팀 수석", "content": "그리고 왜 내보낼 생각부터 하는지 모르겠군. 거기 다른 선택지도 있지 않나." }, { "id": 55, "content": "두 번은 먹히지 않을 패를 꺼내 들었다." }, { "id": 56, "content": "회사는 이제 내가 두 가지 선택지를 들이밀 수 있다는 것을 안다." }, { "id": 57, "model": "그레고르", "title": "LCE 연구팀 수석", "content": "의사는 충분히 표명한 것 같군. 이만 일어나지." }, { "id": 58, "teller": "팀장", "title": "LCA 인재 관리2팀", "content": "자, 잠깐만… 아니 이러고 가면 내가 상부에 뭐라고 보고를…" }, { "id": 59, "model": "그레고르", "title": "LCE 연구팀 수석", "content": "있는 그대로 올리는 게 제일 낫지 않겠어? 사실 그대로, 사견 없이." }, { "id": 60, "content": "당연하게도." }, { "id": 61, "content": "사표는 수리되지 않았다." }, { "id": 62, "content": "이 숲에는 무시무시한 괴수가 살고 있어." }, { "id": 63, "model": "그레고르", "title": "LCE 연구팀 수석", "content":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군." }, { "id": 64, "model": "그레고르", "title": "LCE 연구팀 수석", "content": "하지만 맞는 말도 아니야. 무시무시한 괴수가 많이 살고 있긴 해도, 여기는 숲이 아니거든." }, { "id": 65, "model": "그레고르", "title": "LCE 연구팀 수석", "content": "아. 비유법이라는 변명이라면 굳이 들려줄 필요 없어. 비록 내가 문예적인 것들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지만, 이 연구소와 어울리는 비유가 숲이 아니라 동굴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으니." }, { "id": 66, "content": "걱정하지 마. 내가 있는 한 모두 안전할 거야." }, { "id": 67, "model": "그레고르", "title": "LCE 연구팀 수석", "content": "음. 27시간 전에 이 E.G.O 장비를 입어보겠다는 정신 나간 결심을 하지 못한 게 아쉽군. 그랬다면 지금 그 말에 대해 논리적으로 완벽한 반박이 가능했을 텐데 말이야." }, { "id": 68, "content": "저기 위험한 아이가 보여. 안전하게 해주자." }, { "id": 69, "model": "그레고르", "title": "LCE 연구팀 수석", "content": "아이가 아니라, 어른이지. 어른은 스스로 몸을 챙겨야 하니, 그런 과보호는…" }, { "id": 70, "teller": "연구원", "title": "LCE 연구팀", "content": "팀장님!" }, { "id": 71, "model": "그레고르", "title": "LCE 연구팀 수석", "content": "……." }, { "id": 72, "model": "그레고르", "title": "LCE 연구팀 수석", "content": "미안하군." }, { "id": 73, "teller": "연구원", "title": "LCE 연구팀", "content":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 { "id": 74, "model": "그레고르", "title": "LCE 연구팀 수석", "content": "보면 모르겠나?" }, { "id": 75, "content": "T-02-21-07가 찢어낸 공간이 사방에서 반짝인다." }, { "id": 76, "content": "하지만 시선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 }, { "id": 77, "content": "어지러울 만큼 빠르게 공간 사이를 누비는 T-02-21-07의 모습을 나는 모두 바라본다." }, { "id": 78, "content": "수많은 눈과, 하나의 꿰뚫어 보는 눈." }, { "id": 79, "content": "보이지 않을 망치가 접근을 막고, 예측된 방향으로 쏘아진 화살이 T-02-21-07를 꿰뚫는다." }, { "id": 80, "model": "그레고르", "title": "LCE 연구팀 수석", "content": "형태를 석궁으로 바꿔두길 잘했군." }, { "id": 81, "model": "그레고르", "title": "LCE 연구팀 수석", "content": "망치 두 개를 휘두를만한 적성은 내게 없을 테니." }, { "id": 82, "model": "그레고르", "title": "LCE 연구팀 수석", "content": "번갈아 사용하는 게 최선일 테지." }, { "id": 83, "teller": "연구원", "title": "LCE 연구팀", "content": "테스트 종료하겠습니다." }, { "id": 84, "teller": "연구원", "title": "LCE 연구팀", "content": "…그런데 정말로 가실 겁니까?" }, { "id": 85, "model": "그레고르", "title": "LCE 연구팀 수석", "content": "그럼 가야지. 아, 물론 따라올 생각이라면 접어두는 게 좋아." }, { "id": 86, "model": "그레고르", "title": "LCE 연구팀 수석", "content": "그 숲에는 괴수가 살고 있거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