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taList": [ { "id": 0, "model": "그레고르", "title": "흑수 - 사", "content": "거 참." }, { "id": 1, "model": "그레고르", "title": "흑수 - 사", "content": "이번에 시술받으면, 팔이 뱀으로 변한다더니… 죄다 거짓부렁이었구만." }, { "id": 2, "model": "그레고르", "title": "흑수 - 사", "content": "이래서 먼저 나간 양반들 말을 믿을 수가 없어." }, { "id": 3, "content": "무덤덤한 눈빛으로 자신의 팔을 바라보던 아이는, 변형된 팔을 이리저리 굽혀보며 상념에 잠겼어." }, { "id": 4, "content": "이번이 벌써 일곱 번째 시술이었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변화가 없기 때문일까?" }, { "id": 5, "content": "팔이 조금 더 유연해지고, 피에 흐르는 독성은 더 위협적으로 변했지만…" }, { "id": 6, "content": "흑수환의 효험으로 감정이 무뎌진 아이에게는 그런 변화가 크게 와닿지 않았던 거야." }, { "id": 7, "teller": "잔뼈 굵은 뱀", "title": "흑수 - 사", "content": "잠시 실례하지. 흑수 선인님께서 환을 내려주셨다." }, { "id": 8, "content": "팔을 살펴보던 아이는, 곧 환을 사용하러 들어오는 다른 흑수들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어." }, { "id": 9, "content": "환이 내려온 지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또 내려왔기 때문이야." }, { "id": 10, "content": "게다가 뱀이 될 자로 보이는 이들이 잔뜩 함께 왔으니…" }, { "id": 11, "model": "그레고르", "title": "흑수 - 사", "content": "뭐야. 벌써 새로 들어온 신입들 장에 담글 때가 됐나?" }, { "id": 12, "content": "잠시 생각하던 아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이유를 쉽사리 짐작할 수 있었어." }, { "id": 13, "model": "그레고르", "title": "흑수 - 사", "content": "하긴 저번 주군의 어거지를 들어주려다, 뱀들이 많이 죽긴 했지." }, { "id": 14, "content": "곧 가주 심사가 시작한다는 이야기가 홍원 전체에서 웅성거리는 시기." }, { "id": 15, "content": "그나마 유력한 후보자들은 저마다의 전략과 판을 가지고 흑수를 부렸지만…" }, { "id": 16, "content": "혼란스러운 시기를 틈타 우연히 재갈을 쥔 주군 몇 명이 흑수를 엉망으로 다뤘거든." }, { "id": 17, "model": "그레고르", "title": "흑수 - 사", "content": "무력 집단과 전면전을 하고 싶었으면, 그 쌈닭들의 재갈을 얻었어야지…" }, { "id": 18, "model": "그레고르", "title": "흑수 - 사", "content": "후… 뱀에게 단순 진흙탕 싸움을 시키니 목숨이 남아날 리가 있나." }, { "id": 19, "content": "흑수는 주군의 명령을 거절할 수 없어." }, { "id": 20, "content": "저번 주군만 해도, 기습과 암살에 특화된 뱀에게 무리한 임무를 강요했지." }, { "id": 21, "content": "물론 흑수의 재갈을 쥐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기에… 상식 밖의 명령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 { "id": 22, "content":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인 거야." }, { "id": 23, "model": "그레고르", "title": "흑수 - 사", "content": "아휴… 뭐야, 왜? 또." }, { "id": 24, "model": "그레고르", "title": "흑수 - 사", "content": "환을 하사받는 이런 좋은 날에 표정들이 왜 그 꼬락서니야?" }, { "id": 25, "content": "일련의 대화가 품고 있는 뜻을 알아차린 몇몇 뱀이 표정을 굳혔고…" }, { "id": 26, "content": "아이는 조금이라도 분위기를 누그러뜨릴 생각인지, 고민하다 입을 열었어." }, { "id": 27, "model": "그레고르", "title": "흑수 - 사", "content": "조언이라도 몇 개 해주자면…. 음." }, { "id": 28, "model": "그레고르", "title": "흑수 - 사", "content": "다른 흑수환은 모르겠지만, 사환을 녹인 물은 절대 마시면 안 돼." }, { "id": 29, "model": "그레고르", "title": "흑수 - 사", "content": "예전에 빨리 흡수하고 싶다면서 마신 녀석이 있었는데… 변형이 심하게 일어나서 못 써먹게 됐거든." }, { "id": 30, "teller": "신입 뱀들", "title": "흑수 - 사", "content": "……." }, { "id": 31, "model": "그레고르", "title": "흑수 - 사", "content": "그냥 푹 담그고 있어. 얼마나 편해. 뭐 뜯어내고 붙이고 할 것도 없잖아." }, { "id": 32, "model": "그레고르", "title": "흑수 - 사", "content": "아. 그런데 처음엔 잘 적응 안 될 테니까 조심하고. 나중엔 몰라도 처음 시술받고 팔 엉키면 꽤 골치 아파." }, { "id": 33, "teller": "신입 뱀들", "title": "흑수 - 사", "content": "……." }, { "id": 34, "content": "도움이 되는 말이긴 했지만, 어딘가 싸늘하게 들리는 조언에 모두 입을 다물었어." }, { "id": 35, "content": "그러자 아이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옆에 앉은 뱀에게 슬그머니 다른 주제를 꺼냈지." }, { "id": 36, "model": "그레고르", "title": "흑수 - 사", "content": "이봐, 그런데 오늘 주군이 네게 시킨 일 하나 있지 않았나?" }, { "id": 37, "teller": "잔뼈 굵은 뱀", "title": "흑수 - 사", "content": "…뱀 한 마리가 자신이 하겠다며 대기 중이다. 주군께서도 허락했지." }, { "id": 38, "model": "그레고르", "title": "흑수 - 사", "content": "음. 어떤 뱀이 그랬는지는 대충 알 것 같구만." }, { "id": 39, "model": "그레고르", "title": "흑수 - 사", "content": "혹시 모르니 나도 가지. 썩어도 준치라고, 가씨 가문이니 뱀 한 마리 상대할 패는 숨기고 있을지도." }, { "id": 40, "model": "그레고르", "title": "흑수 - 사", "content": "…내 이럴 줄 알았지." }, { "id": 41, "model": "그레고르", "title": "흑수 - 사", "content": "꼭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뱀들이 자기 처지를 모른다니까." }, { "id": 42, "content": "아이는 명령이 적힌 죽간을 유심히 살피다,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흘렸어." }, { "id": 43, "content": "송암이라 불리는 작은 암자로 가서, 명단에 기록된 이들의 목을 모두 베라는 임무." }, { "id": 44, "content": "하지만 아이가 보기에 가장 중요한 명령은 그 아래 조그맣게 적힌 예외 조항이었어." }, { "id": 45, "model": "그레고르", "title": "흑수 - 사", "content": "초상화가 없는 자가 있다면, 머리를 터트려라." }, { "id": 46, "content": "울먹이는 어린 후보자와 그 앞에서 망설이는 뱀." }, { "id": 47, "content": "아이는 잠시 그 모습을 지켜보다, 뱀의 눈이 결국 후보자의 목을 향하는 순간, 팔을 길게 뻗었어." }, { "id": 48, "content": "바닥을 타고 스멀스멀, 뱀처럼 흘러내린 팔은 이내 조용히 후보자의 뒤를 점했지." }, { "id": 49, "model": "그레고르", "title": "흑수 - 사", "content": "이 각도면… 아래쪽으로 휘둘렀었나?" }, { "id": 50, "model": "그레고르", "title": "흑수 - 사", "content": "아니, 오른쪽이었던 것 같군." }, { "id": 51, "content": "찰나의 순간, 아이의 창이 눈으로 좇기 어려운 속도로 움직였어." }, { "id": 52, "content": "그러고는 마치 사과를 터트리듯, 어린 후보자의 머리를 정확히 꿰뚫었지." }, { "id": 53, "content": "감정 하나 실리지 않은, 메마르고 고요한 일격." }, { "id": 54, "content": "충격에 휩싸인 채 눈동자를 떨고 있는 뱀을 향해, 아이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능청스레 입을 열었어." }, { "id": 55, "model": "그레고르", "title": "흑수 - 사", "content": "어이쿠. 벌써 다 끝나가고 있었구만." }, { "id": 56, "model": "로쟈", "title": "흑수 - 사", "content": "……" }, { "id": 57, "model": "그레고르", "title": "흑수 - 사", "content": "혹시 내가 낼름 숟가락만 얹은 건 아니지? 그랬다면 미안해." }, { "id": 58, "content": "아이가 뱀의 감정을 모르는 건 아냐." }, { "id": 59, "content": "오랫동안 흑수로 살아온 아이에게 신입이 바라는 게 뭔지 아는 정도는 일도 아니었으니까." }, { "id": 60, "content": "단지, 조금도 공감할 수 없는 감정에, 일이 틀어지기 전 마무리했을 뿐." }, { "id": 61, "content": "그 후 아이는… 구렁이 담 넘어가듯, 자신이 보았던 일을 넘겼고…" }, { "id": 62, "content": "자신이 직접 보고하겠다며, 임무 중인 뱀을 돌려보냈어." }, { "id": 63, "content": "아이가 그 뱀을 위했던 건 아냐." }, { "id": 64, "content": "단지… 그걸 짚어줄 이유가 없을 뿐이지." }, { "id": 65, "model": "그레고르", "title": "흑수 - 사", "content": "아직 한 번밖에 시술받질 않아서 그런가…" }, { "id": 66, "model": "그레고르", "title": "흑수 - 사", "content": "흠. 뭐, 다음 시술까지 받고 나면 익숙해지겠지." }, { "id": 67, "model": "그레고르", "title": "흑수 - 사", "content": "읏차…" }, { "id": 68, "content": "한량 같은 말투와 달리, 아이의 혀끝엔 냉혹함이 짙게 배어 있어." }, { "id": 69, "content": "그럼에도 표정은 무던히도 건조하고, 걸음걸이는 태연하기 그지없지." }, { "id": 70, "content": "일곱 번의 시술을 받을 때까지, 아이가 살아남았던 이유는 역시…" }, { "id": 71, "content": "그저 도구로서의 역할에 충실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