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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aList":[{"id":0,"content":"사건은, 그 무가치 했던 문답으로부터 딱 일주일 뒤에 일어났다."},{"id":1,"model":"단테","content":"<수감자들의 업무 종료를 승인합니다.>"},{"id":2,"model":"파우스트","content":"감사합니다. 지금부터 변동 가능성을 가진 최대 12시간의 수면 및 휴식을 시작합니다. 좋은 밤 되시길."},{"id":3,"content":"파우스트의 언제나 같은 안내 말. 그리고 또 언제나 같은 수감자들의 앓는 기지개 소리."},{"id":4,"model":"히스클리프","content":"……."},{"id":5,"content":"하지만, 한 명의 수감자 만이 그 평범함 사이에 튀어나온 혹처럼 불거져 나와 있었다."},{"id":6,"model":"이스마엘","content":"…또 뭐죠?"},{"id":7,"model":"로쟈","content":"됐어, 이스~ 쟤가 저렇게 심술 나 있는게 뭐 하루 이틀이야?"},{"id":8,"model":"로쟈","content":"히스~ 방에 들어가기 전에 꼭 화 풀고 들어가? 매번 네 방에서 천둥치는 소리가 들려서 밤에 잠을 못 잔단 말야~"},{"id":9,"content":"…수감자들의 방, 숙박실이자, 개인적인 공간이자, 수감실인 그곳은 수감자의 심상이 반영된다고 한다."},{"id":10,"content":"방 바닥과 벽지, 그리고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들의 기초가 되는 성격을 통해 결정이 되고, 한 쪽 벽에 드러나 있는 창문에는 저마다의 심상과 감정에 따라 조금씩 바뀌어 가는 듯 하다."},{"id":11,"content":"나는 멀찍이 창문을 통해 들여다본게 전부라, 아주 세밀한 것까지 알지는 못하지만."},{"id":12,"content":"…히스클리프가 들어간 방은 이따금, 아니 꽤 자주 천둥과 폭풍우 소리가 들려오곤 했다."},{"id":13,"model":"히스클리프","content":"…쯧."},{"id":14,"content":"평소라면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하고 반문할 법한 히스클리프도, 그저 혀를 차는 것으로만 응수한다."},{"id":15,"content":"대꾸할 기분도 아니라는 뜻이겠지."},{"id":16,"content":"그 덕에, 그는 다른 수감자들이 전부 방에 들어갈 때 까지(정확히는 파우스트만을 제외하고) 밖에서 잔뜩 찡그린 얼굴로 복도를 응시하고 있었다. 나름의 기분을 푸는 과정이었을까."},{"id":17,"model":"히스클리프","content":"…오호?"},{"id":18,"content":"그리고 그것이, 사건의 방아쇠가 되었다."},{"id":19,"model":"히스클리프","content":"…어라? 야, 지금 보니까 저 멀리에도 문이 잔뜩 있는데?"},{"id":20,"content":"히스클리프가 가리킨 곳은 일주일 전 내가 가리킨 곳과 정확히 같은 방향."},{"id":21,"content":"넘어가지 말라는 듯 걸려있는 진입금지선 너머였다."},{"id":22,"model":"파우스트","content":"히스클리프, 필요 이상으로 복도를 걷진 않는 게 좋습니다."},{"id":23,"model":"히스클리프","content":"허. 그렇게 말하니까 굉장히 수상한데."},{"id":24,"model":"파우스트","content":"수상할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파우스트의 말을 듣는 편이 좋습니다."},{"id":25,"model":"히스클리프","content":"뭐, 금은보화라도 숨겨놨나?"},{"id":26,"content":"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 파우스트의 태도는, 그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id":27,"model":"파우스트","content":"히스클리프. 하지 마세요. 후회할 겁니다."},{"id":28,"model":"히스클리프","content":"…모르던 사이에 많이 감정적으로 변했네, 똑똑박사 씨."},{"id":29,"model":"히스클리프","content":"마치… 진짜 뭘 숨겨놨다는 듯이 말이야!"},{"id":30,"content":"그는, 만류할 새도 없이 검은 공간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id":31,"model":"파우스트","content":"…!"},{"id":32,"model":"단테","content":"<저 안에…>"},{"id":33,"content":"나는 당연한 의문을 담아, 파우스트에게 질문을 던지려 했지만."},{"id":34,"model":"히스클리프","content":"끄아아아아악?!!"},{"id":35,"content":"복도 멀리, 이제는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히스클리프의 외마디 비명이 울려 퍼졌다."},{"id":36,"model":"파우스트","content":"단테, 지금부터 제 왼손을 잡고 저를 따라서 달리세요."},{"id":37,"model":"단테","content":"<어, 어?>"},{"id":38,"model":"파우스트","content":"제 시간 안에 끌고 나오려면 저 혼자로는 부족해요. 저도 삼켜질 수 있으니까요."},{"id":39,"content":"무슨 말인지 이해할 새도 없이, 파우스트는 히스클리프가 뛰어간 방향으로 달려나갔다."},{"id":40,"model":"단테","content":"<아… 젠장! 가, 같이 가!>"},{"id":41,"content":"금지선을 넘어 복도를 더 나아가자, 그곳에는 세갈래 갈림길이 있었다."},{"id":42,"model":"단테","content":"<중앙 쪽에서 비명이 들리는 것 같은데…>"},{"id":43,"content":"하지만, 파우스트는 망설임도 없이 가장 왼쪽에 있는 복도로 내 손을 쥐고 뛰어 들어 갔다."},{"id":44,"model":"단테","content":"<파, 파우스트! 급한건 알겠는데… 이쪽 길이 아니지 않아? 아까 가운데 길에서 히스클리프 목소리가 들렸는데….>"},{"id":45,"model":"파우스트","content":"알아요."},{"id":46,"content":"무얼 알았다는 건지, 파우스트는 그저 묵묵히 달릴 뿐이었다."},{"id":47,"content":"그 후로 나온 두 갈래 갈림길에선, 파우스트는 오른쪽을 선택했다."},{"id":48,"content":"그리고 그 직후, 그 복도 왼쪽 편의 다섯 번째 문을 열고 들어갔다."},{"id":49,"model":"단테","content":"<이게… 뭐야?>"},{"id":50,"content":"따라 들어간 방을 나서자 마자 보인 또 다른 복도."},{"id":51,"content":"그 끝은… 마치 절벽과 같았다."},{"id":52,"content":"정확히는, 그 복도의 끝으로 떨어지려는 것만 같은 중력과 같은 감각이 느껴졌다."},{"id":53,"model":"단테","content":"<히스클리프!!>"},{"id":54,"content":"그리고 그는, 복도의 중앙에서 안간힘을 다해 우리 쪽으로 기어오고 있었다."},{"id":55,"content":"힘이 풀리면 금방이라도 복도의 끝으로 떨어져버릴 것만 같이…"},{"id":56,"model":"히스클리프","content":"뭐… 뭐야, 이것들은… 여기는…!"},{"id":57,"content":"보이는 것은 없지만, 분명 히스클리프 뒤에 있는 어둠 속에 무언가가 있는 것 처럼 느껴졌다."},{"id":58,"model":"단테","content":"<파우스트, 저 뒤에는…>"},{"id":59,"model":"파우스트","content":"단테, 열린 이 문의 손잡이를 꼭 잡으세요. 제 손도 꽉 잡으시고요."},{"id":60,"content":"파우스트가 내 손에 힘을 실어서 히스클리프 쪽으로 천천히 다가간다."},{"id":61,"model":"단테","content":"< 이 복도… 기울기가 없는 복도 맞지? 대체 왜 절벽에 매달린 느낌이 나는 거야?>"},{"id":62,"model":"파우스트","content":"그야… 복도니까요. 단테, 손을 놓치면 안돼요."},{"id":63,"content":"파우스트는 그렇게 대답하며, 내 손을 쥐지 않은 반대편 손으로 츠바이헨더를 쭉 뻗었다."},{"id":64,"model":"파우스트","content":"히스클리프, 이걸 잡으세요."},{"id":65,"model":"히스클리프","content":"미쳤냐?! 그 커다란 칼날을 쥐면 손이 잘려나가잖아!"},{"id":66,"model":"파우스트","content":"…손이 깊게 베이는 것으로 끝나는게 나을텐데요."},{"id":67,"content":"히스클리프는 황당한 눈으로 츠바이헨더와 뒤편의 어둠을 번갈아 바라보다가…"},{"id":68,"model":"히스클리프","content":"젠장… 큭, 끄아악…!"},{"id":69,"model":"파우스트","content":"단테, 당기세요. 힘껏."},{"id":70,"model":"단테","content":"<…그, 그래!>"},{"id":71,"model":"히스클리프","content":"으윽, 끄으윽…"},{"id":72,"model":"단테","content":"<헉, 허억…>"},{"id":73,"content":"히스클리프를 끌어올리자마자…"},{"id":74,"content":"아니, 끌어올렸다는 표현이 맞기는 한걸지도 의문이지만… 파우스트는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가야 한다며 무얼 물어볼 새도 없이 히스클리프의 양다리를 손에 쥔 채 반대로 달렸다."},{"id":75,"content":"나도 거기에 맞춰 히스클리프의 머리가 땅에 질질 끌려다니지 않도록 정신을 잃은 그의 양팔을 잡고 그 뒤를 따라갔다."},{"id":76,"content":"시간이 흐른 후..."},{"id":77,"model":"파우스트","content":"…후. 더 깊은 곳에서 방향을 잃기 전에 이렇게 되어 차라리 다행이라고 할까요."},{"id":78,"model":"파우스트","content":"단테, 시계를 돌려주어야겠습니다."},{"id":79,"model":"단테","content":"<히스클리프는… 괜찮은 거 맞지?>"},{"id":80,"model":"파우스트","content":"정신적인 피해가 심할 겁니다. 이대로 미쳐버리면 업무에 지장이 크겠네요."},{"id":81,"model":"단테","content":"<하아…>"},{"id":82,"content":"내게 선택지는 없었다."},{"id":83,"content":" "},{"id":84,"model":"파우스트","content":"수고했습니다, 단테. 얼마 없는 휴식시간이 줄어든 건 안타깝다고 생각하지만…"},{"id":85,"model":"단테","content":"<파우스트. 대체 저 안에는 뭐가 있는 거야? 어디로 이어지지?>"},{"id":86,"model":"단테","content":"<이제는 말해줄 수 있지 않아? 저런… 것까지 봤잖아.>"},{"id":87,"content":"당연한 의문이었다. 대체 무엇이 저 안에 있길래, 히스클리프는 무엇에게 쫓겼던 거길래."},{"id":88,"content":"그리고…"},{"id":89,"content":"어째서 그것은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내지도, 히스클리프를 마저 쫓지도 않은 채 사라져 버렸는지."},{"id":90,"content":"궁금해서 미칠 것 같았지만…"},{"id":91,"model":"파우스트","content":"……."},{"id":92,"model":"파우스트","content":"처음에 말했듯, 파우스트는 말할 수 있는 것이 한정되어 있답니다."},{"id":93,"content":"…그래, 솔직히 기대는 안 했다."},{"id":94,"model":"료슈","content":"복도. 알. 못아."},{"id":95,"content":"언제부터 나와있었는지, 료슈는 담배를 물고 중얼이며 파우스트와 내 사이를 가로질러 지나갔다."},{"id":96,"model":"파우스트","content":"하지만."},{"id":97,"content":"파우스트는 방금 누구도 지나가지 않았다는 듯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을 이어갔다."},{"id":98,"model":"단테","content":"<어?>"},{"id":99,"model":"파우스트","content":"버스 부서에 갑작스런 공석이 생길 뻔한 걸 막아주셨으니."},{"id":100,"model":"파우스트","content":"보상… 은 아니지만, 하나 정도는 알려두는 것도 후일을 위해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합니다."},{"id":101,"model":"단테","content":"<오오… 그, 그래!>"},{"id":102,"content":"예상 밖에 상황에 손까지 비비적거리게 됐다. 자, 이제 무슨 말을 해줄까…"},{"id":103,"model":"파우스트","content":"…단테, 처음 가는 길을 찾을 때, 당신은 어떻게 할 건가요?"},{"id":104,"model":"단테","content":"<응? 그야… 지도를 펼쳐서 찾겠지?>"},{"id":105,"model":"파우스트","content":"그렇죠. 그리고 지도가 없더라도 머릿 속에 지도와 같은 표상이 생길테고요."},{"id":106,"model":"파우스트","content":"그렇다면, 지도 안에는… 확실한 시작점과 도착점이 존재하겠군요. 돌아올 때는, 그걸 더듬으며 거슬러 올라오겠죠."},{"id":107,"content":"대답이 필요 없을 정도로 당연한 소리다. 고개만 끄덕거렸다."},{"id":108,"model":"파우스트","content":"…대답이 되었겠죠."},{"id":109,"model":"단테","content":"<뭐?>"},{"id":110,"model":"파우스트","content":"그러니 복도에서는, 특히 문을 열 때는 시작점을 기억하세요."},{"id":111,"content":"갑작스레 끝나버린 대화에 어안이 벙벙해 외쳤다."},{"id":112,"model":"파우스트","content":"자, 파우스트는 이제 피곤하답니다. 그럼…"},{"id":113,"content":"알쏭달쏭한 숙제 만을 남기고, 그녀는 내가 무어라 하기도 전에 문 안으로 사라졌다."},{"id":114,"model":"단테","content":"<역시 이럴 줄 알았어…>"},{"id":115,"content":"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내뱉어 보지만, 애처로운 시계 바깥으로는 자그마한 바람 하나 일지 않는다."},{"id":116,"content":"여전히, 어쩔 수 없이."},{"id":117,"content":"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전기로 이루어진 노트를 펼쳐, 조금이라도 알아낸 것을 짜맞춰 적어 내려가는 것 뿐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