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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20 17:19: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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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aList":[{"id":0,"content":"매캐한 공간이었다."},{"id":1,"content":"공간은 넓고, 하늘은 뚫려있었지만."},{"id":2,"content":"피비린내와 흙먼지냄새로 폐 끝까지 텁텁함이 차올랐고, 거친 숨소리와 잦은 호흡들이 자꾸만 시야를 흐리게 했다."},{"id":3,"content":"바닥에 끌리는 신발 소리, 주먹이 배, 옆구리, 얼굴, 가슴. 어디에든 꽂혀들어가는 소리가 산발하는 아비규환."},{"id":4,"content":"그리고 가득히 채워져 있는 나와, 나와, 나."},{"id":5,"content":"그곳은 부화장이라고 불렸다."},{"id":6,"content":"R사의 전투원으로 배치되기 위해서는 누구나 부화장을 거쳐야만 한다."},{"id":7,"content":"그 안에는 무수한 나 자신이 들어있다. 어두운 항아리에 갇힌 독충들 처럼,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무수한 나들은 격투한다."},{"id":8,"content":"전투 경험을 단시간에 체득하게 하고, 그 중에서 가장 우수한 것을 끌어올린다."},{"id":9,"content":"그렇기에 원본이 무엇인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id":10,"content":"복제체들 중에서 가장 우수한 것이 결국 ‘나’가 될 뿐이니까."},{"id":11,"content":"그렇게 선별의 시간을 통해 골라진 나는, 그들을 통해 부화되었다."},{"id":12,"content":"커다란 외골격 슈트를 움직이기 위한 감응 시술을 받고, 나에게 맞는 슈트를 지급 받았다."},{"id":13,"content":"그러나 부화장에서 나왔다고,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id":14,"content":"그 거대한 슈트는 생체 에너지를 계속해서 빨아들였다."},{"id":15,"content":"감응 시술이라는 것은, 나의 에너지를 슈트에게 전환하는 일이었고 내가 배속된 팀은 그것을 당연한 것 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id":16,"content":"편한 일은 아니었다. 슈트 속의 나와 동료들은 끊임 없이 피로를 호소했다."},{"id":17,"content":"그러나 우리가 사비를 들여 카페인이나 당분을 보충했던 것은, 이 슈트 속은 가볍게 보일 정도로 무시무시한 부화장으로 돌아가는 것을 피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id":18,"content":"전투에서 예정된 성과를 보이지 못하면, 다시 부화장으로 끌려가…"},{"id":19,"content":"나와, 나와, 나를 적으로 끝없는 싸움을 벌이게 될 테니까."},{"id":20,"content":"두터운 무기를 갖추고 나아가는 다른 동료와는 다르게 이 경질 손목검을 계속 쓰게 되는 것도 같은 이유겠지."},{"id":21,"content":"나는… 이걸로 살아남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