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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20 17:19: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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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aList":[{"id":0,"place":"메피스토펠레스 내부","content":"버스는 점점 뒷골목을 벗어나 한적해 보이는 마을로 들어서고 있었다."},{"id":1,"content":"여전히 안개가 가득 차고 색깔은 바랜 채…"},{"id":2,"content":"그나마 조금씩 보였던 행인들은 더욱 보이지 않게 되어, 이젠 색다운 것은 아예 보기도 힘들어진 채였다."},{"id":3,"content":"지나가며 보이는 것은 안개 낀 회색빛 건물 안에서 켜진 주홍색 불들 뿐. 저마다 자기 집에서 조용히 죽은 듯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만 같다."},{"id":4,"content":"이렇게 되니 이곳이 어딘지, 어디쯤 왔는지 구분 짓기도 어렵다."},{"id":5,"model":"단테","content":"<혹시 아는 곳이야, 이상?>"},{"id":6,"content":"한때 T사에서 지낸 적이 있던 수감자이니만큼 넌지시 물어봤지만, 이상은 낯선 표정으로 칙칙한 풍경을 훑고 있었다."},{"id":7,"model":"이상","content":"나는 최대한 사람들의 눈을 끌지 않으며 연구와 생업에 몰두하고자 하였지. 하여, T사를 그리 자유로이 오가진 못 했소."},{"id":8,"model":"단테","content":"<이런 곳에서 계속 연구를 해야 했다니, 힘들었겠어.>"},{"id":9,"model":"이상","content":"익숙해지면 괜찮소. 오히려 이곳에서 나고 자란 이들에겐 색이 있다는 것이 신기한 것이니."},{"id":10,"model":"이상","content":"그리고 나는… 잠시나마 기댈 수 있는 자들이 있었네. 이는 낯선 곳에 적응하는데 꽤 많은 도움이 되지."},{"id":11,"content":"이상의 눈길이 멀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과거를 떠올리는 것이겠지."},{"id":12,"model":"이스마엘","content":"…T사의 특이점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선 아는 게 있나요?"},{"id":13,"model":"이상","content":"그것에 대해선… 특이점이 으레 그렇듯, 나도 무어라 정확히 추론할 수는 없는 작동 원리라 함이 맞겠소. 다만…"},{"id":14,"content":"이상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id":15,"model":"이상","content":"시간과 관련이 되어있다는 것만은 알고 있었소. 정확히 어떠한 시간을 어떻게 다루는지는 모르겠지만…"},{"id":16,"model":"이상","content":"뭐, 이 또한 부질없는 추측이며 답은 파우스트 양만이 알겠소만."},{"id":17,"model":"파우스트","content":"……."},{"id":18,"model":"파우스트","content":"T사가 거주자들로부터 끊임없이 색을 빼앗아 가는 이유 중 하나죠."},{"id":19,"model":"로쟈","content":"그게 색이랑… 무슨 상관인데?"},{"id":20,"model":"파우스트","content":"시간을 필연적으로 제어해야 하는 곳이라면… 빛과 연관이 있는 영역일 것이며."},{"id":21,"model":"파우스트","content":"빛은 또한 색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니, 종국엔 색과 얽히게 되는 것입니다."},{"id":22,"model":"파우스트","content":"…제가 알고 있는 시간에 대해서까진 추론이 가능했습니다만, 파우스트가 가진 T사의 특이점과 관련된 지식에 접근하기까지는 저에게 아직은 시간이 걸린다는 말도 덧붙여야 하겠군요."},{"id":23,"content":"대체로 ‘흠’, ‘글쎄요’, ‘그렇게 볼 수도’ 같은 대답만을 하던 파우스트가 이 정도로 자세한 대답을 내주는 건 드문 일이었다."},{"id":24,"content":"그렇다면 이 틈에…"},{"id":25,"model":"이상","content":"파우스트 양, 시간이라면…"},{"id":26,"model":"파우스트","content":"네, T사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는 편이 안전하겠군요."},{"id":27,"model":"단테","content":"<앗…>"},{"id":28,"model":"로쟈","content":"또 말해줄 것처럼 하다가 입을 닫아버렸네…"},{"id":29,"content":"뭐, 괜히 달라붙어 봐야 얘기해줄 리 만무하고… 이 정도라도 들을 수 있었으니 만족하는 수밖에."},{"id":30,"model":"싱클레어","content":"그런데… 좀 씁쓸하네요."},{"id":31,"model":"싱클레어","content":"특이점으로 인해서 평생 색을 모른 채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단 거잖아요…"},{"id":32,"model":"로쟈","content":"뭐~ 다 그런 거지. 우리도 어쩌면 지금 다른 사람이 볼 때 뭣도 모르고 사는 불쌍한 사람일 수도 있으니까."},{"id":33,"model":"로쟈","content":"뭐가 되었든 고기 맛을 한번 본 적이 있다는 게 무서운 거야. 평생 모르고 살면 좋을 텐데… 기어코 고기 맛을 보면, 알기 전으로 돌아가기는 불가능하니까."},{"id":34,"model":"이스마엘","content":"흠… 햇빛의 색깔까지 보이지 않는 건 아쉽네요."},{"id":35,"model":"이상","content":"하늘의 색이 그리워질 때는 많았소. 특히 얕게 비가 올 때는."},{"id":36,"model":"로쟈","content":"그래, 그런 것들도… 각자 알던 하늘의 색이 있었으니까 아쉽고 그리워지게 되는 거지. 처음부터 이곳의 하늘만 보고 살다 죽는다면 그건 불행도 아닐 거야."},{"id":37,"model":"로쟈","content":"그것까지 불행하다고 말한다면 오히려 오만한 게 되는 거지."},{"id":38,"model":"싱클레어","content":"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id":39,"content":"순간 버스 안의 분위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id":40,"model":"로쟈","content":"아! 그거 해보자. 가장 좋아하는 색깔이 뭔지에 따라서 각자 성격을 알 수 있다던데."},{"id":41,"content":"그리고 분위기를 얼린 로쟈가 바로 다시 이 얼음을 깼다."},{"id":42,"model":"로쟈","content":"이상이 하늘색을 좋아하는 거라면… 어디 보자, 고요하고 조용한 당신… 생각에 빠져 잠기는 걸 좋아하는군요."},{"id":43,"model":"이상","content":"오… 어떻게 아는 것이오? 그거참 기묘한 재주로군."},{"id":44,"model":"돈키호테","content":"나도! 나도 해주오! 나는 말이지, 붉은색이 좋소! 아니 아니 노란색! 아니, 붉은색! 아니 아니..."},{"id":45,"model":"로쟈","content":"자, 차례를 기다려. 그다음에는 파우스트…"},{"id":46,"model":"파우스트","content":"저는…"},{"id":47,"model":"로쟈","content":"잠깐, 잠깐. 무슨 말 할지 다 알아. ‘파우스트는 대체로 그런 걸 믿지 않는답니다~’ 라고 하겠지?"},{"id":48,"model":"로쟈","content":"그런 사람은 대체로 흰색을 좋아하더라고. 그렇지? 자기 머리색이랑도 똑같네."},{"id":49,"model":"파우스트","content":"그저 말을 아끼겠습니다."},{"id":50,"model":"히스클리프","content":"…나? 제일 좋아하는… 색깔?"},{"id":51,"model":"히스클리프","content":"참나, 뭘 그딴 걸 물어봐. 남사스럽게."},{"id":52,"model":"히스클리프","content":"나는…"},{"id":53,"content":"히스클리프가 잠시 멈칫한다."},{"id":54,"content":"멀리서부터 보이기 시작하는 거대한 저택. 한눈에 봐도 히스클리프가 말한 ‘워더링하이츠’로 불리는 그곳."},{"id":55,"model":"히스클리프","content":"검은색."},{"id":56,"model":"히스클리프","content":"모든 물감을 다 섞어 버리면 나오는 색 아닌가, 그거."},{"id":57,"model":"히스클리프","content":"그래서 제일 볼만한 색깔이지. 덧칠만 계속해버리면 되는 거니까."},{"id":58,"content":"히스클리프의 어금니가 아득거리는 소리가 들린다."},{"id":59,"content":"…처음부터 히스클리프가 검은색을 좋아하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