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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aLi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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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평안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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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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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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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안부를 물을 수 없는 긴 모험을 떠났으니, 이렇게 닿지 않을 편지로나마 묻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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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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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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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평생 대관원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모험하고자 했던 아씨이니 어쩌면 마음이 편할지도 모르겠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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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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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나는 그리 좋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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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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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흑수의 자리에서 나를 끄집어낸 아씨가 작고하였으니, 나의 거취가 제법 대관원에서 붕 뜬 위치가 되었나 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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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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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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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려 놓자니 잔금이 치러진 몸이요, 난향오에 그대로 묵게 하자니 가씨 가문의 가족은 아니었던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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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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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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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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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애매한 자유인이 되어 홍원을 떠돌아다니게 되었던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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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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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일생의 절반이 넘는 시간을 어딘가에 매여 살았던 몸은, 이다지도 자유라는 것이 어색한 것 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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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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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줄이 매였던 자욱이 가려운 것만 같아, 괜스레 기억을 긁적이게 되는 것을 보면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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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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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서문이 길었던 것 같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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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이리 붓을 들었던 것은, 아씨와의 기억을 추억하기 위함이었으니 그 이야기로 옮기도록 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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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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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드넓은… 평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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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나는 달리고 있었던 것 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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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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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나의 달리기가 언제 시작되었는지는 명확하게 기억이 나진 않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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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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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어느 순간에 나는 네발로 달리는 말이었고, 재갈이라는 이름의 고삐를 쥔 주인의 목적을 위해 어딘가로 발을 구르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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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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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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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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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흑수들이라는 것이 대개 그렇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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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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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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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입문의 계기보다 몸이 처음으로 변하는 순간이 강렬한 경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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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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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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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두 다리가 녹아 무너지는 감각. 그 사이로 흘러내리려는 창자를 휘감아 붙잡는… 내 것이 아닌 것만 같은 살점과 가죽. 그렇게 완성된 네 다리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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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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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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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한 번 그렇게 첫 기억이 메꿔지면, 이후는 다소 일률적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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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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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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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고삐가 이끄는 대로 움직일 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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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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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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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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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어느샌가 모든 말의 앞에서 달리고 있었다는 이야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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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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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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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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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무엇이 더 뛰어났던 것일지는 내 곰곰이 다시 떠올려 봐도 기억이 나질 않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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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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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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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언젠가 무수히 지났던 재갈의 주인 중 하나가 말했던 적이 있었던 것 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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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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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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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고른 말 중 내가 가장 새카맣고… 어두워,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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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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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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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어떤 목표를 향해 달려가 부수든 간에, 양심의 가책이 가장 덜 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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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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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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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자연재해가 휩쓸고 간 것뿐인데 찔릴 것이 있겠는가? 라더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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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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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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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제법 부끄러운 평가나… 그때야 부끄러움도 알 수 없던 시절이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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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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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또 어떻게 보면… 내 아씨에게 발탁 받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니 나쁘게 보지는 않을까 하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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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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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그래, 그때가 아씨가 나의 재갈을 쥐게 되었을 때였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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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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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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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지금 생각해도 퍽 이상한 사람이었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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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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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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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어딘가를 돌파하는 데 쓰이는 말을, 다른 세력의 공격을 방어하는 데 쓰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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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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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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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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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며칠 지내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구료. 나의 주군은 세가를 불리기에는 힘이 약하구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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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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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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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그러고 또 며칠 있으니 다른 생각도 들더군. 나의 주군은 흑수를 골라 부릴 수 없는 처지로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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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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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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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이번 재갈도 머지않아 다른 이에게 넘어가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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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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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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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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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그런 생각을 했더랬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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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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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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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두어 달 지나니 생각이 또 바뀌었소. 아니, 생각이 분명하고 깨끗해졌다고 해야하겠구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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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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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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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이 자는 쉽게 부리고 가볍게 버릴 물건을 구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나아가는 방향… 그 모험의 길에 함께 할 동료를 구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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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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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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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그러니 나머지가 이해되었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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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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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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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ntent": "모험 길에 수백의 대군을 데리고 가 보아야 부담이 될 뿐이며, 함께 모험한 동료를 쉬이 버리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일 테니."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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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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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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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ntent": "구한 것을 소중히 하자고 생각한다는 것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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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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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ntent": "그즈음이었던가, 내가 주군을 아씨라 부르게 된 것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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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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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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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ntent": "아씨가 그때, 어째서 나를 선택했을까. 이날이 되도록 많은 고민을 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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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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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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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42,
|
|
"content": "한 번 흑수가 된 자를… 그것도 필두를 꺼내어 심복 삼는다는 것은 크나큰 대가가 필요하니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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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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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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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ntent": "말들의 재갈을 놓아주는 것만으로는 끝이 나지 않았겠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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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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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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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ntent": "그래서 그간에 나누었던 대화들을 떠올려보았지. 글로도 써 내려 가보고, 기억이 나지 않는 건 그때 그때의 흔적이 남은 물건들로 상기했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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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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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45,
|
|
"content": "내… 하나 짚어 보리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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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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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d": 46,
|
|
"content": "언젠가 가주 대전에 나아갈 아씨가 아직도 가주가 될 법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불평하던 때가 있었소."
|
|
},
|
|
{
|
|
"id": 47,
|
|
"content": "별것 아니더라도 평소에 불평스런 논조로 말하는 아씨인 터라, 나는 별생각 없이 나른한 대답을 했던 것 같소."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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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48,
|
|
"content": "아씨는 언제 홍원에서 가장 즐거움을 느끼는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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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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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49,
|
|
"content": "대답이… 흠. 홍원에 즐거운 것이 있긴 하냐, 였나."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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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50,
|
|
"content": "그래서 내가 말하기를… 그럼 홍원에 즐거운 것이 있게끔 만들려면, 가주가 되는 것이 낫지 않겠나… 라고 했지."
|
|
},
|
|
{
|
|
"id": 51,
|
|
"content": "…사실, 오늘이 되어 고민을 끝내기 전까지는 이 문답에 무슨 의미가 있었는지도 몰랐소."
|
|
},
|
|
{
|
|
"id": 52,
|
|
"content": "아씨의 반응은 평소와 같이 실 없는 소리 좀 그만하라는 것이었고. 나도 그렇게 입을 닫았을 뿐이니."
|
|
},
|
|
{
|
|
"id": 53,
|
|
"content": "하지만… 그를 마주하고 이야기를 들으니 알 것도 같더구료."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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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d": 54,
|
|
"content": "그래, 그요."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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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55,
|
|
"content": "아씨를 죽인… 자."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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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56,
|
|
"content": "정처 없이 홍원의 골목을 쏘다니고 있자니, 그자가 어둠 속에서 찾아오더군."
|
|
},
|
|
{
|
|
"id": 57,
|
|
"content": "준마들의 필두 중 찾던 말 하나 만이 없어, 그걸 찾고 있었다고 했던가."
|
|
},
|
|
{
|
|
"id": 58,
|
|
"content": "내가 답하길, 이미 나는 흑수에서 벗어난 지 오래고, 또 다른 필두가 있을 것이라 하였지."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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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d": 59,
|
|
"content": "그러나 그는 고개를 저었소."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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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d": 60,
|
|
"content": "자신이 알기로는 동서고금, 자신의 말 중에서 선봉에 설 필두는 자기 동생을 보좌하던 그 말 밖에 없다고 하더이다."
|
|
},
|
|
{
|
|
"id": 61,
|
|
"content": "나는 도무지 궁금하여 참을 수 없었기에, 물었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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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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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d": 62,
|
|
"content": "귀하가 대관원 지하의 괴이들에게 속아, 꼭두각시가 될 뻔한 아씨를 자유케 했다는 것은 참작하나. 그 월도를 휘둘러 나의 주인 된 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인데…"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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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d": 63,
|
|
"content": "복수의 칼날이 되어도 모자랄 내게 와 다시 재갈을 물라고 말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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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d": 64,
|
|
"content": "그러자 그가 답하기를…"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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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d": 65,
|
|
"content": "낮은 자리에 아이들의 웃음과 상전의 떠들썩한 소리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가장 훌륭한 자를 자기의 말로 두어야 한다더군."
|
|
},
|
|
{
|
|
"id": 66,
|
|
"content": "…과거엔 자주 말을 붙이며 함께 다녔다고 했던가. 과연, 아씨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목적이었네."
|
|
},
|
|
{
|
|
"id": 67,
|
|
"content": "단지 피를 보아야 하는 순간에 망설임이 있는지 없는지의 차이가 있을 뿐."
|
|
},
|
|
{
|
|
"id": 68,
|
|
"content": "…결과가 좋으면 과정은 아무렇지 않아도 될까."
|
|
},
|
|
{
|
|
"id": 69,
|
|
"content": "그것은 나도 쉽사리 답을 내리지는 못하겠소."
|
|
},
|
|
{
|
|
"id": 70,
|
|
"content": "그의 핏물진 붕대를 보면 빤히 알 수 있었네."
|
|
},
|
|
{
|
|
"id": 71,
|
|
"content": "그러한 홍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암흑의 세계에선 어떠한 피바람이 불어야 할지… 또, 불게 될지를."
|
|
},
|
|
{
|
|
"id": 72,
|
|
"content":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네."
|
|
},
|
|
{
|
|
"id": 73,
|
|
"content": "이미 망가진 과정이라면…"
|
|
},
|
|
{
|
|
"id": 74,
|
|
"content": "결과라도 좋아야 하지 않겠소."
|
|
},
|
|
{
|
|
"id": 75,
|
|
"content": "오늘, 나는 아씨가 준 누름환을 먹지 않았네."
|
|
},
|
|
{
|
|
"id": 76,
|
|
"content": "이제 조금씩 흑수의 성질이 돌아오겠지… 한번 흑수환에 담갔던 몸, 평생을 원래로 돌이킬 순 없으니."
|
|
},
|
|
{
|
|
"id": 77,
|
|
"content": "깊은 곳에 넣어두었던 나의 면구(面具)도 다시 꺼내 왔소."
|
|
},
|
|
{
|
|
"id": 78,
|
|
"content": "말의 모습을 취할 때 마다 자라나는 그 갑각의 조각을 주워모아 아씨가 만들어주었던... 그 면구를."
|
|
},
|
|
{
|
|
"id": 79,
|
|
"content": "그리고 때가 되면, 다시 재갈을 물고 고삐를 내어놓을 것이오."
|
|
},
|
|
{
|
|
"id": 80,
|
|
"content": "나의 기억이… 다시 어디까지 흐려질 지 모르나."
|
|
},
|
|
{
|
|
"id": 81,
|
|
"content": "이 부쳐지지 않을 편지를 다시 쓰고, 고치고, 읽어보며… 아씨를 기억하려 하네."
|
|
},
|
|
{
|
|
"id": 82,
|
|
"content": "그래야만, 아씨가 못다 이루어낸 꿈을 이어갈 수 있을 테니."
|
|
},
|
|
{
|
|
"id": 83,
|
|
"content": "자아, 이제 나는 다시 네 다리로 나아가겠소."
|
|
},
|
|
{
|
|
"id": 84,
|
|
"content": "혹여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또 언제나처럼 불퉁한 소리로 나를 꾸짖어 주시게."
|
|
},
|
|
{
|
|
"id": 85,
|
|
"content": "나는 기꺼이 들을 용의가 있으니."
|
|
},
|
|
{
|
|
"id": 86,
|
|
"content": "아마 너무 늦지는 않을 것이오."
|
|
},
|
|
{
|
|
"id": 87,
|
|
"content": "나의 걸음은 홍원 그 누구보다 빠르므로…"
|
|
},
|
|
{
|
|
"id": 88,
|
|
"content": "아씨를 만나러 가는 길도, 그리 멀진 않을 테니."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