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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20 17:19:20 +07:00

448 lines
13 Ki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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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aLi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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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흑수 - 묘",
"content": "…숨.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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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흑수 - 묘",
"content": "숨을 죽이라는… 뜻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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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흑수 - 묘",
"content": "줄여 말하면 소통에 오해가 생긴다고 했던 것 같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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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흑수 - 묘",
"content": "하아… 숨겨진 죽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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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아이는 말이 안 통한다는 듯 한숨을 내빼면서 손에 쥐고 있던 작은 나무판자를 뒤에 서 있던 다른 자에게 가볍게 집어던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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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대나무를 말려 평평하게 만든 듯한 그 판자에는, 붓으로 무언가가 휘갈겨 쓰여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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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흑수 - 묘",
"content": "다음 지시 사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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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ler": "료슈",
"title": "흑수 - 묘",
"content": "네 놈이 알아서 요약하도록. 분명 또 아무런 재미도 찾을 수 없는 평범한 살육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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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흑수 - 묘",
"content": "…그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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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아이의 이런 행동이 평소부터 소문이 나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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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저 흑수는 오늘 아이와 처음 만나는 사이지만, 지시 사항을 무시하고 타겟을 죽이는 일에 재미를 찾고 있는 그 말에 어떤 의문도 품지 않는 것 같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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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오히려, 아이가 한 손에 나무판자를 쥐고 무언가를 써내려가고 있는 모습을 더 흥미롭게 여기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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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흑수 - 묘",
"content": "흥. 네 놈이 알 필요는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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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흑수 - 묘",
"conte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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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틀린 말도 아니라는 듯, 흑수는 금방 신경을 끄고 아이가 던진 것을 찬찬히 들여다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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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그가 요약을 할 동안… 아이가 무얼 써 내려가고 있는지 들여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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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이토록 지루할 수가. 나에 대한 기록이나 쓰고 노는 것이 더 흥미로울 지경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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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누군가 읽혀질 예술 작품이 될 수는 없겠지만, 어느 날의 내가 들여다보고 회상할 수는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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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흠… 우선 배경 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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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주변엔 산처럼 쌓인 수많은 시체. 그 곁엔 수많은 칼자국과 낭자한 핏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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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흑수 - 묘",
"content": "훗… 라임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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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흑수 - 묘",
"content": "뭐라고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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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흑수 - 묘",
"content": "신경 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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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지금의 기억이 가물해지기 전에 이 환경을 기록하면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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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그래. 어느 순간 나는… 짐승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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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분명 빛나는 작품과 같은 순간이 왕왕 있었을 텐데, 어딘가로 휘발되었는지 짜증 나기 그지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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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주군을 섬겼던 기억도 있는 것 같지만, 또 지금 같은 느낌은 아니었을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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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지금의 주군에게도 관심이 없는데… 뭐, 언제였던 간에 단순히 내게 재갈을 물리는 자가 바뀌는 것뿐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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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그저 물려진 재갈이 이끌려가는 끈을 따라 움직이고, 그 자리에 있던 것을 베거나 잘라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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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오늘도 그랬고… 저 죽간 쪼가리에 적힌 내용도 뭐, 다를 바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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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단지 그 순간 피어오르는 찰나의 아름다움에서 즐거움을 찾아내는 것만이 낙이라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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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아아, 그렇지. 요전엔 흑수와 칼을 겨룰 일도 있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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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우리 토끼 말고도 흑수 일파는 11족이 더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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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아마도 지금의 주군이 또 어딘가의 주군과 갈등을 빚었던 것일지도 모르겠군. 잘된 일이야. 그렇게 애새끼처럼 날뛰어 대주면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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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즐거워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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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차라리 그 갈등을 빚은 자가 과거의 내 주군이었다던가… 흠. 다소 고리타분한 클리셰지만, 직접 겪으면 그게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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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흑수 - 묘",
"content": "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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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흑수 - 묘",
"content": "…한참 즐거워지려고 하는데 초를 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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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흑수 - 묘",
"content": "같잖은 말로 내 붓을 멈춰 세운 거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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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아이는 적잖이 화가 났는지, 당장에라도 붓을 고쳐 잡아 찔러넣을 기세로 흑수를 들여다 보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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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그 자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차가운 눈빛을 보내면서 판자를 까딱거리고 있을 뿐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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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흑수 - 묘",
"content": "뜀박질할 시간이 되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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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흑수 - 묘",
"content":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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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아이는, 아마도 자신의 싸우는 모습도 기록하고 싶었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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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쓸모 없는 기억은 흑수에게 필요 하지 않으니, 언제든지 풍화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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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하지만 급박하게 돌아가는 임무 현장에서, 마음 편히 판자에 먹을 묻혀나갈 수는 없는 일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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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흑수다! 묘, 묘를 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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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그런 만큼, 이번엔 직접 들여다 보는게 좋을지도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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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흑수 - 묘",
"content": "…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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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아이의 눈매가 묘한 것을 보았다는 듯 둥글려져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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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그리고 이내 재밌다는 듯, 입꼬리도 히죽히죽 솟아올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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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흑수 - 묘",
"content":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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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ler": "료슈",
"title": "흑수 - 묘",
"content": "어디서 보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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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히, 히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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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
"content": "너,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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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흑수 - 묘",
"content": "나? 나는 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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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ler": "또 다른 토끼",
"title": "흑수 - 묘",
"content": "정신이 빠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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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흑수 - 묘",
"content": "우리는 토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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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흑수 - 묘",
"content": "…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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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흑수 - 묘",
"content": "서로가 서로에게 묻는 질문도 없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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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흑수 - 묘",
"content": "서로가 어디에서 거취하는지도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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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ler": "또 다른 토끼",
"title": "흑수 - 묘",
"content": "그러나 지시 사항이 정한 때가 되면, 반드시 떼로 모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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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ler": "또 다른 토끼",
"title": "흑수 - 묘",
"content": "모여서, 지시를 수행하고,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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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
"content": "젠장… 내 흑수 소유권만 전부 잃지 않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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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그 이상한 내기에 혹해서 흑수까지 내걸어버렸었다니… 원래대로라면 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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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흑수 - 묘",
"content": "…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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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아이는 이제야 무엇이 즐거웠던 건지 깨달았다는 듯, 짧은 환호를 내질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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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흑수 - 묘",
"content": "스치는 기억에 있군… 그런 주군도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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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흑수 - 묘",
"content": "안정적이군… 이런 클리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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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
"content": "자, 잠시만! 너… 네가 나를 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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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ler": "또 다른 토끼",
"title": "흑수 - 묘",
"content": "하아… 아니. 알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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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려는 그에게, 아이와 함께 온 자는 한숨을 내쉬며 그 자리를 가로막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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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아이가 일을 어그러뜨릴 정도로 멍청하지 않다는 건 알고 있지만… 흑수에게는 지켜야 할 것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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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흑수 - 묘",
"content": "알 필요도 없고, 알아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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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ler": "또 다른 토끼",
"title": "흑수 - 묘",
"content": "우리는 검은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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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ler": "또 다른 토끼",
"title": "흑수 - 묘",
"content": "잊어야 할 자의 얼굴 따위 알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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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el": "료슈",
"teller": "료슈",
"title": "흑수 - 묘",
"content": "아아… 그래, 맞아.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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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즐거울 때 끼어들어 화가 날 법도 하지만, 아이는 의외로 의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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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오히려… 더 잘 되었다는 것 같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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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그래, 그런 거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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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el": "료슈",
"teller": "료슈",
"title": "흑수 - 묘",
"content": "우리는 흩뿌리고, 흩어질 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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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81,
"content": "자신의 클리셰에 마지막을 장식할 대사가 갖추어지고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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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d": 82,
"model": "료슈",
"teller": "료슈",
"title": "흑수 - 묘",
"content": "그저… 검은 머리 짐승을 믿은 네 잘못이 크겠지. 그렇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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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83,
"content": "…저렇게나 즐겁다는 듯이 웃고 있는 것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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