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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20 17:19:20 +07:00

269 lines
9.7 Ki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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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aList": [
{
"id": 0,
"model": "파우스트",
"teller": "파우스트",
"title": "쥐는 자",
"content": "싱클레어."
},
{
"id": 1,
"content": "부드럽고 온화한 목소리가 공간을 감쌌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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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el": "파우스트",
"teller": "파우스트",
"title": "쥐는 자",
"content": "여기를 봐요, 싱클레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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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감싸안는 듯한, 어쩌면 휩싸는 듯한 그 목소리."
},
{
"id": 4,
"content": "하지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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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el": "파우스트",
"teller": "파우스트",
"title": "쥐는 자",
"content": "큭큭… 크핫! 정말 절경이지 않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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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날카로운 쇳조각 둘이 마찰하다 기어이 튕겨나오며 터지는 기분 나쁜 음색 마냥, 아이 곁에 서 있던 자의 웃음소리가 공간의 감각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지."
},
{
"id": 7,
"content": "자세하게 내려다보면, 그 공간은."
},
{
"id": 8,
"content": "날카롭고 뜨거운 불길이 온 사방을 에워싸고 있었고."
},
{
"id": 9,
"model": "파우스트",
"teller": "파우스트",
"title": "쥐는 자",
"content": "소감이 어떤가요, 싱클레어? 화마에 휩싸인 이 경치를 바라본 소감이!"
},
{
"id": 10,
"content": "불꽃보다도 날카롭게 일그러진 입꼬리를 한 자의 목소리는 가히 광기에 휩싸였다고 말할 수 있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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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el": "싱클레어",
"teller": "싱클레어",
"title": "쥐어들 자",
"content":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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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그 때, 아이가 입을 열었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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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입술은 파르르르 떨리고 있었고, 호흡은 잦아 헐떡이고 있었지."
},
{
"id": 14,
"content": "이건 공포에 짓눌린 반응일까. 그래,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지."
},
{
"id": 15,
"content": "아이에게는 분명 기회라고 불리는 것이 있었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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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스스로 운명이라는 이름의 알 껍질을 깨어내고, 살아갈 방향에 대한 선택을 제 손에 쥘 수도 있었겠지."
},
{
"id": 17,
"content": "하지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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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el": "싱클레어",
"teller": "싱클레어",
"title": "쥐어들 자",
"content": "아름답네요… 파우스트. 추악하고 불쾌한 것들이 정화되는 모습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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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바깥에서 알을 깨어주는 존재의 편리함을 거부하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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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설령 그것이 자신의 어미새가 아닐지라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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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누군가가 나아갈 방향을 쥐고 흔들어 버릴지라도…"
},
{
"id": 22,
"content": "따스함이라고 착각해버릴 법한 불온한 그 불꽃에, 안락한 화톳불 앞에 놓인 양 모든 힘을 풀어버리는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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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ler": "싱클레어",
"title": "쥐어들 자",
"content": "왜 진작 맡겨버리지 않았던 걸까요, 파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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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el": "싱클레어",
"teller": "싱클레어",
"title": "쥐어들 자",
"content": "제 스스로 고민하거나 생각하려 하지 않아도, 이렇게나 확실한 해답이 제 눈 앞에 놓여있었는데도 말이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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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아이의 목소리는 울음을 머금고 떨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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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확신은 어디에도 없지만 확실할 것이라 애써 연기하는, 이제 막 둥지에서 밀려 떨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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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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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껍질조차 온전히 깨어지지 않은 아기새."
},
{
"id": 28,
"content": "아이에게는 그런 수식이 무엇보다 어울리겠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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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el": "파우스트",
"teller": "파우스트",
"title": "쥐는 자",
"content": "누구나 파우스트 같을 수는 없죠, 싱클레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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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el": "파우스트",
"teller": "파우스트",
"title": "쥐는 자",
"content": "하지만 괜찮습니다… 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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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은색 머리칼을 가진 아이는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며 말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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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그곳에는, 파직거리며 알 수 없는 기계음을 읊어 대는 무언가가 꽂혀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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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ler": "싱클레어",
"title": "쥐어들 자",
"content": "아… 아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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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34,
"content": "아이의 눈은 더욱 조그마해져. 반대로 떨림은 더욱 커져만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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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눈 앞에서 목도한 것은 누가 보아도 원하지 않았던 결과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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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아이도 그것을 알지만, 그는 그저 알지 못하기로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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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스스로도 이것이 옳은 것이 아닐 거라 생각하지만, 정체 모를 어미새가 물어다 준 먹이가 그저 편리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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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입을 열고 삼키는 것만을 반복할 뿐인 아기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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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이미 끓는 기름 속에 뛰어들어 버린 아이는, 이제 녹아버린 두 팔로 날개짓을 하는 선택 밖에 남지 않았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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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아마 불꽃이 사그라들 때는, 재로 변해 있을 테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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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ler": "싱클레어",
"title": "쥐어들 자",
"content": "하… 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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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아이는 웃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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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el": "파우스트",
"teller": "파우스트",
"title": "쥐는 자",
"content": "축하해요, 싱클레어. 저것을 보고 웃을 수 있는 자가 되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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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아이의 곁에 서 있는 자는 그 모습을 보고 진심 어린 축하를 건네고 있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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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45,
"content": "수 많은 세계 속에 가능성이란 것이 진정 있다면… 그 어딘가의 세계가 부러워 할 아이를, 스스로 완성시켰다는 성과를 자축할 속내가 더욱 커다랐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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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아마, 어느 다른 세계 속에서는 이미 변하고 타들어가고 있는 아이를 들여다보고 흠뻑 매료된 자가 있었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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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곧, 그 세계 또한 불과 기름, 그리고 전기가 몰아치고, 세계 속의 아이는 지금과는 닮고도 다른 시험에 들게 되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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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el": "파우스트",
"teller": "파우스트",
"title": "쥐는 자",
"content": "자아, 시작합시다. 싱클레어. 세상을 정화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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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49,
"model": "싱클레어",
"teller": "싱클레어",
"title": "쥐어들 자",
"content": "…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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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하염없이 두 팔의 쇠붙이를 휘두르다 어느 것도 손에 쥐지 못하고, 자신이 선택한 길 조차 걷지 못해 불꽃 속에서 사그라들 아이의 흐느낌만이 화마 속에서 울려퍼질 뿐이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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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스스로 껍질을 안에서 부터 깨어낼지, 껍질을 하나 하나 까내어주는 편리한 쥐어짐에 몸을 맡기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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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52,
"content": "그건, 그 세계만의 일일뿐이겠지."
},
{
"id": 53,
"content": "하지만, 이 세계가 먼저 일지, 그 세계가 먼저 일지…"
},
{
"id": 54,
"content": "어느 누가 알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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