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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aList":[{"id":0,"content":"세상에는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것들이 몇 개가 있다."},{"id":1,"content":"티포트 마지막 한잔에 섞여 올라온 찻잎 조각을 우연히 씹게 될 때 느끼는 괴상한 맛."},{"id":2,"content":"마실 시기를 놓쳐 커다란 얼음이 녹아 물이 섞여 흐려져 버린 스카치 위스키의 맛."},{"id":3,"content":"…그리고 원치 않아도 계속해서 찾아오는 악몽의 맛."},{"id":4,"content":"그 꿈에선 다시 마주치고 싶지 않은 녀석이 찾아온다."},{"id":5,"content":"내 여동생을 앗아가고, 내 가정을 휩쓸고 간 그것…"},{"id":6,"content":"나에게 소중했던 것들을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앗아간 그 교활하고 잔인한 늑대…"},{"id":7,"content":"내 팔을… 이 수치스러워 증오스럽기까지 한 팔을 만들게 한 놈. 내 팔을 앗아가고 목숨만큼은 남겨줘서 이 지옥 같은 삶은 이어가게 만든 놈."},{"id":8,"content":"그놈은 절대 혼자서 찾아오지 않는다. 내 주변을 전부 둘러쌀 정도로, 많은 놈이 나를 압박해 온다."},{"id":9,"content":"이건 내 공포감의 크기일까."},{"id":10,"content":"태어날 때부터 병약하게 태어나 아득바득 노력하지 않으면 다가오는 외력에 맞서지 못하는 이 몸뚱아리가 근본으로부터 느끼는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인가."},{"id":11,"content":"날카롭게 갈고 간 나의 세이버를 겨누고, 인생을 갈아 넣어 우울에 벼려낸 검술을 그놈들에게 쑤셔 넣는다."},{"id":12,"content":"하지만 그 꿈은 결국 나의 패배로 이어질 뿐이라, 허우적거리고 닿지 못하는 결과만이 남는다."},{"id":13,"content":"종극에, 나는 깨닫는다."},{"id":14,"content":"이번에도 나는 아무런 저항을 하지 못하고, 빼앗기는 사람이 될 뿐이라고."},{"id":15,"content":"그리고 나는 악몽에서 깨어난다."},{"id":16,"content":"…나는 태생의 약함을 극복하기 위해 절박할 정도로 매달렸다."},{"id":17,"content":"희희낙락 부모의 배후만을 믿으며 살기에는, 나의 위치와 돈을 노리고 접근하는 승냥이들이 아주 많았으니까."},{"id":18,"content":"그들에게 보일 약한 모습을 최소화해야만 했다."},{"id":19,"content":"검술을 익히고, 체력을 늘렸다."},{"id":20,"content":"허파를 찢을 것만 같은 고통이 친숙해질 정도였다. 저주 받은 몸뚱이는 내 마음이 어떻든간에 계속해서 꺾이고, 부서지기를 기도하듯이 나를 짓눌러왔다."},{"id":21,"content":"그렇게 나는 조금씩 내가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지켜내 왔다."},{"id":22,"content":"좋은 집과 옷… 먹거리와 유산까지도."},{"id":23,"content":"어쩌면 내 몸에 씌워진 저주를 극복해 낸 것일지도 모른다고, 한때는 자만 같은 생각까지도 했었지."},{"id":24,"content":"하지만 나는 완전히 잊고 있었던 거야."},{"id":25,"content":"그 폭풍이 치던 저택에서 보았던…"},{"id":26,"content":"넝마 자루 같은 머리와, 조금만 건드려도 화를 참지 못했던 거렁뱅이의 한이 서린 눈빛을."},{"id":27,"content":"그놈은 내가 가장 자만에 취해있을 때 내 앞에 나타났다."},{"id":28,"content":"그때 그랬던 것처럼… 나의 모든 것을 앗아갈 것만 같다는 불안이 그 놈의 눈동자에 반사되어 보이고 있었지."},{"id":29,"content":"팔이 달아났던 것은 순식간이었다."},{"id":30,"content":"…다시 생각하고 싶지도 않군."},{"id":31,"content":"그때를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잘려 나갔던 부위가 저릿거리고, 먹은 것도 없는 속에서 구역질이 올라올 것만 같다."},{"id":32,"content":"하지만 이대로 무너지진 않을 거다."},{"id":33,"content":"술래잡기를 하고 싶다던가. 그래, 바라던 바지."},{"id":34,"content":"이 악몽을… 이 잡을 수 없는 공포의 끝자락을 잘라내려면."},{"id":35,"content":"늑대 사냥을 시작하는 수 밖에 없다."},{"id":36,"content":"…결국 그 실체를 내 손으로 죽이는 방법만이 유효할 테니까."}]} |